2026년의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경험과 지속가능한 연결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Expedia Group이 공개한 연례 글로벌 트렌드 리포트 ‘Unpack ’26: The Trends in Travel™’은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보고서는 Expedia, Hotels.com, Vrbo의 방대한 플랫폼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24,000명의 여행자 행동 분석을 통해 2026년 여행 산업이 맞이할 변화를 전망한다.
1. 스마트 여행의 시대 — Smart Travel Health Check
Expedia는 올해 처음으로 ‘Smart Travel Health Check’ 를 도입했다. 이는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의 지속가능한 관광 프레임워크에 기반한 평가 체계로, 관광 과밀화(Oovertourism)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와 환경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시도다.
이 기준을 충족한 여행지에는 일본 오키나와, 캐나다 유클루렛, 프랑스 사부아, 호주 호바트 등이 포함된다. Expedia Group CEO 아리안 고랭(Ariane Gorin)은 “우리는 단순한 여행 플랫폼이 아니라, 더 스마트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여행의 촉매”라고 말했다.
2. 농장의 매력 — Farm Charm & Slow Travel
가장 주목한 트렌드는 ‘Farm Charm’, 즉 자연과의 재연결이다. Vrbo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여행자 중 84%가 농장 근처 체류에 관심을 보였으며, ‘farm stay’ 관련 리뷰는 전년 대비 300% 증가했다.
Farm Charm은 단순한 숙박을 넘어, 계란을 직접 수확하고, 작물을 수확하며, 별빛 아래에서 자연을 체험하는 여행을 의미한다. 미국 뉴욕 허드슨밸리의 Wildflower Farms 리조트를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들꽃 정원 가꾸기, 보태니컬 칵테일 클래스, 농장 채소를 직접 수확해 요리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느린 여행(Slow Travel)’의 본질을 보여준다. 이 트렌드는 도시의 빠른 리듬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자신과 관계를 회복하는 여정으로 해석된다.
3. 영화처럼 떠나는 여행 — Set-Jetting
‘Set-Jetting’은 넷플릭스와 HBO가 여행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는 현상이다. Expedia는 2022년에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후, 2026년에는 미국 내에서만 80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사에 따르면 53%의 여행자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를 직접 방문하고 싶다고 답했으며, Z세대와 밀레니얼의 81%가 ‘스크린에서 본 장소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더 화이트 로터스(The White Lotus)》의 프랑스 시즌, 《Wuthering Heights》의 영국 요크셔, 《모아나》의 사모아, 《아바타》의 뉴질랜드 웰링턴 등은 대표적인 ‘스크린 명소’다.
Set-Jetting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 문화적 스토리텔링이 여행 동기로 작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탐험으로 평가된다.
4. 문화와 지역을 잇는 스포츠 여행 — Fan Voyage
Expedia의 또 다른 주목할 트렌드는 ‘Fan Voyage’다. 2026년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풍성한 해이지만, 여행자들은 이제 로컬 스포츠를 체험하는 데 열광하고 있다.
설문 응답자의 57%는 여행 중 현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일본의 스모, 태국의 무에타이, 브라질의 카포에이라, 멕시코의 루차리브레 등은 문화적 몰입형 경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경기’ 그 자체보다, 공동체·문화·소속감을 느끼는 여정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문화 여행 모델로 평가된다.
5. 폐허에서 예술로 — Salvaged Stays
Hotels.com은 2026년 여행자들이 “휴식 속의 복원(Restoration)”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과거 건축물을 재활용한 숙소, 즉 업사이클드 호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현상이다.
교도소에서 호텔로 변신한 영국 콘월의 Bodmin Jail Hotel, 학교를 개조한 일본 교토의 Hotel Seiryu, 기차역을 리모델링한 미국 내슈빌의 Union Station Hotel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트렌드는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이 담긴 공간에서 머무는 경험적 가치를 강조한다.
6. 다중 숙소 여행 — Hotel Hop
54%의 여행자는 한 여행지 내에서 여러 호텔을 이동하며 숙박하는 ‘Hotel Hop’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도시의 다양한 분위기를 경험하거나 더 나은 가격 혜택을 얻기 위해 이동한다.
도쿄의 전통 료칸과 모던 부티크 호텔을 오가는 여행, 파리의 고전적 루브르 호텔과 신흥 감성숙소를 병행하는 여행은 이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Z세대는 ‘Bleisure’(업무+여가 결합 여행) 트렌드와 함께 Hotel Hop을 즐긴다.
7. 독서가 이끄는 여정 — Readaways
Vrbo에 따르면, 91%의 여행자가 독서와 휴식 중심의 여행을 선호하며, ‘#BookTok’ 등 SNS의 영향으로 문학적 여행 수요가 265% 증가했다.
이들은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책과 함께 머무는 공간을 찾는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Book House No.43’, 이탈리아 소렌토의 ‘Literary House’ 등이 그 예다. 이는 자기 성찰과 창의적 회복의 여행으로 평가받는다.
2026년의 여행은 속도나 규모보다 깊이와 의미를 중시한다. Expedia의 Smart Travel Health Check와 같은 지표는 단순히 ‘어디로 갈까’를 넘어, ‘어떻게, 그리고 왜 여행할까’를 묻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여행은 더 이상 소비가 아니라 경험과 관계의 재구성이다. 자연과의 조화, 지역사회 존중, 개인적 성찰이 중심에 놓이며, 이러한 움직임은 관광 산업 전반에 새로운 책임과 기회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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