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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돈 있으면 빵 사 먹어라

전략_경영

by Marketcast 2004. 10. 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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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대통령과 장관들의 국무회의 내용을 보면 늘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리가 무너지거나 사고가 나면 으레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시오” 라고 얘기한다. 공직자의 부정 부패로 나라가 시끄러워지면 “공무원의 기강이 해이된 것 같으니 분위기를 쇄신할 대책을 만들고 이를 하달하시오…” 홍수나 태풍으로 이재민이 나면 “하루 빨리 정상을 찾을 수 있도록 군관민 모두 힘을 모으고 이재민을 위로하는데 앞장 서시오…” 라고 한다.

분명 이슈 별로 모범 답안이 있는 듯 하다. 무슨 사고 때는 무슨 얘기를 하라는 업무 표준 매뉴얼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통령마다 사고 때마다 그렇게 똑같은 얘기를 하기도 힘들 듯 하다.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했다는 뉴스 같지도 않은 뉴스를 듣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에, 저런 뻔한 얘기를 뭐하러 할까? 저런다고 나던 사고가 안 나고, 흐트러진 공무원들의 기강이 잡히고, 이재민이 위로를 받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맡은 보직 때문에 대외적인 일에 종종 불려 나가 얘기를 하고 얘기를 듣기도 했다. 점점 치열해지는 자동차 업계의 경쟁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에 대해 정부, 학계, 업계가 모여 논의를 하는 그런 자리였다. 몇 사람이 주제 발표를 한 후 어느 학교의 교수가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데 대강 이런 메시지였다. “양으로 승부하고, 가격으로 겨루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부터는 품질로 승부를 해야 하는데 한국 자동차는 품질 면에서 너무 뒤떨어졌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질 향상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말이야 그럴 듯 하지만 너무 뻔한 소리 아닌가? 그 얘기를 듣고 내가 반박을 했다.

“세상에 품질 향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중요한 것은 비용을 어디에 투자할 것이냐 아니겠습니까? 또 품질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무슨 품질을(설계, 제조, 디자인, 성능, 브랜드)올릴 것인지, 얼마만한 비용으로 어느 수준까지 높여야 할 것이냐 아니겠습니까? 이런 자리에서 막연하게 품질 향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은 그저 잘 해 보자는 얘기 밖에 더 됩니까? 그야말로 돈 있으면 빵 사먹으란 얘기지요.” 얘기 후에 너무 시니컬했다는 후회도 들었지만 지혜를 모아야 하는 자리에서 그런 뻔한 얘기를 하는 교수가 한심하여 나도 모르게 그런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을 할 것이냐를 몰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할 지는 알지만 어떻게 할 것인지를 몰라서 생기는 문제이다. 총론은 알고 있지만 각론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부패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결할지 통찰력이 부족한 것이다. 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문제의 근원을 모르는데 그 이유가 있다. 그저 다 같이 두리뭉실한 얘기뿐이다. 교통 문제로 전 국민이 고생을 하지만 지도자 위치에 있는 사람의 역할은 그저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 기강을 세우는데 앞장을 서자.” 고 얘기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하지만 현대의 문제들은 두리뭉실한 슬로건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최악의 리더십은 잔소리와 훈계와 슬로건에 의한 것이다. 그런 것에 의해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는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장애물이 있는가?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가?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누가 이 일에 적합할 것인가? 얼마나 비용이 소요될 것인가? 그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법은 무엇이고 시스템적으로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출처:emars/Han's Letter 한근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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