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소비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 속에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소비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이 발표한 〈2026년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에 따르면, 향후 소비자 행동을 이끄는 핵심 키워드는 진정성, 과학적 웰니스, 그리고 아시아의 부상이다.
유로모니터는 매년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분석해 미래 시장을 이끌 주요 트렌드를 발표해왔다. 이번 보고서에서 제시된 네 가지 축은 ‘나만의 안식처(Comfort Zone)’, ‘있는 그대로(Fiercely Unfiltered)’, ‘웰니스는 과학(Rewired Wellness)’, ‘아시안 웨이브(Next Asian Wave)’다.
이 네 가지 흐름은 단순한 패션이나 유행을 넘어, 글로벌 경제·문화 구조의 변화를 반영한다. 특히 2026년을 앞두고 소비자들은 생활비 불안정 속에서 진정성과 웰빙을 추구하며, 자신의 개성과 가치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로모니터 이노베이션 부문 총괄 앨리슨 앵거스(Alison Angus)는 “소비자 행동의 미래는 편안함, 자기 표현, 그리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웰니스 솔루션에 대한 열망이 진정성과 단순함에 대한 니즈와 맞물려 나타난다”며 “브랜드는 혁신과 신뢰를 기반으로 소비자와의 교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만의 안식처(Comfort Zone): 불확실한 시대의 심리적 회복
장기화된 경기 불안과 사회적 스트레스는 소비자들을 ‘안정’으로 이끌고 있다.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58%의 소비자들이 매일 중간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피로감은 ‘단순함’과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연 유래 성분, 건강한 제품, 정서적 위로를 주는 브랜드를 선호하며, 삶의 복잡함을 줄이고 ‘컨트롤 가능한 영역’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양보다 질’을 택하고, 불필요한 선택을 줄이는 ‘미니멀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편안함·스트레스 해소·정신 건강 개선·삶의 단순화를 돕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면 질 향상 제품, 마인드풀니스 앱, 휴식 중심의 여행 패키지 등이 해당된다.
앵거스 총괄은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는 편안함, 자기 표현, 웰니스를 열망한다. 브랜드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소비자와 감성적으로 교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있는 그대로(Fiercely Unfiltered): 솔직함이 새로운 신뢰의 기준
오늘날의 소비자는 더 이상 브랜드가 제시하는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는다. 대신 ‘진짜 나’를 표현하고, 솔직한 브랜드를 신뢰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 50%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과 특징이 반영된 맞춤형 제품을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65%는 사회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느낀다.
이는 ‘꾸밈없는 진정성(authenticity)’이 새로운 소비 기준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광고보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의 경험을 신뢰하며, SNS 리뷰나 커뮤니티를 통해 공감 기반의 소비를 이어간다.
브랜드에게 진정성은 단순한 ‘컨셉’이 아니라, 신뢰를 담보하는 사회적 가치다. 유로모니터 분석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소비자가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만 구매한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 데이터를 세분화하고, 각자의 가치관에 맞춘 페르소나 중심 마케팅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핵심은 “소비자에게 들려주는 브랜드의 이야기”가 아니라, “소비자 자신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게 하는 것”이다.
웰니스는 과학(Rewired Wellness): 첨단 기술이 만든 건강의 개인화
‘웰빙’의 개념이 감성 중심에서 데이터와 과학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기분이 좋아지는 제품”이 아니라, 효능이 입증된 솔루션을 원한다.
유로모니터는 2025년 기준으로 체중 감량을 시도한 소비자 10명 중 1명(9%)이 GLP-1 계열 의약품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49%의 소비자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성분이 포함된 프리미엄 뷰티 제품에 10% 이상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을 보였다.
특히 더마 코스메틱(derma cosmetic) 시장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CAGR)을 기록하며 과학적 효능 기반 제품의 부상을 입증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의료기술과 일상 소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웰니스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로 진화하고 있다.
브랜드는 단순히 ‘건강’을 내세우는 것을 넘어, 데이터 기반 스토리텔링으로 자사 제품의 효능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수면 패턴과 스트레스 수치를 분석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는 스마트 웨어러블, 개인 유전체 데이터에 따른 맞춤 영양제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아시안 웨이브(Next Asian Wave): 문화가 산업이 되는 시대
‘K-팝’, ‘K-뷰티’, ‘K-푸드’로 대표되는 아시아 문화의 부상이 세계 시장의 구조를 흔들고 있다. 유로모니터는 이를 ‘아시안 웨이브(Next Asian Wave)’로 명명했다. 이는 단순한 ‘팬덤’이 아닌, 글로벌 소비 패턴의 변화를 의미한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홍콩, 동남아시아 브랜드들도 급부상 중이다. 특히 중국은 합리적 가격, 혁신성, 디지털 중심 경험을 무기로 2026년까지 4조 달러 규모의 수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한국 리서치 총괄은 “글로벌 소비자의 아시안 브랜드 관심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가성비와 고기능을 갖춘 실용적 선택으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이제 브랜드 경쟁은 ‘국가 단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각국 브랜드는 ‘국가 브랜드’의 신뢰도와 시장 통찰력, 공급망 역량을 강화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K-브랜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독창적인 가치와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문경선 총괄은 “K-브랜드는 해외 시장 확대와 함께 아시아 내 경쟁 브랜드들과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6년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나타난 심리적·문화적 변화의 집약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행위로서 소비를 선택한다.
그 중심에는
‘편안함’과 ‘단순함’을 통한 회복,
‘진정성’과 ‘자기 표현’을 통한 공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신뢰,
‘아시아 문화’의 세계적 확산 이 자리하고 있다.
브랜드에게 2026년은 새로운 시험대다. 소비자는 더 똑똑하고, 더 까다롭고, 더 진정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기업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삶 속에서 의미를 제공하는 ‘동반자 브랜드’로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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