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전략/2027년트렌드

KOTRA가 제시한 2027년 10대 트렌드…소유를 줄이고 AI와 연결되는 ‘라이트싱크’ 소비자가 온다 -코트라 월드 트렌드 2027-

Marketcast 2026. 10. 6. 08:30

고성장을 전제로 만들어졌던 소비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더 큰 집과 더 좋은 물건을 소유하고, 더 많은 인간관계를 만들며, 더 높은 소득을 얻기 위해 시간을 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여러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는 소유와 책임을 줄이는 대신 자신에게 필요한 경험과 서비스에는 적극적으로 돈을 쓴다. 동시에 인공지능(AI)은 검색이나 업무를 돕는 도구에서 개인의 취향과 생활 리듬을 이해하고 구매, 건강관리, 안전까지 관여하는 생활 인프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KOTRA가 2027년 글로벌 시장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흐름도 이 두 방향에서 출발한다. 핵심은 삶의 부담과 불필요한 요소는 줄이면서 기술 및 새로운 생활 방식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라이트싱크(Light-Sync)’다. 삶의 무게를 덜어낸다는 의미의 ‘Light’와 기술·생활 변화에 맞춰 움직인다는 의미의 ‘Sync’를 결합한 개념이다. 소비를 무조건 줄이는 절약과는 차이가 있다. 소유와 책임에 들어가는 비용은 줄이되 자신에게 필요한 경험, 건강, 편의, 안전, 개인화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선택적 소비에 가깝다.

이러한 변화는 ‘저전력 모드 세대’, ‘슬리밍 이코노미’, ‘무한 여행’, ‘미테노믹스’, ‘AI의 개인화’, ‘AI 안전 시스템’, ‘AI를 잡는 AI’, ‘재정의되는 인간과 노동’, ‘순환과 재생 경제’, ‘커스텀 라이프’라는 10개 키워드로 구체화된다. 겉으로 보면 소비·여행·결제·AI·농업·환경처럼 서로 다른 시장을 다루지만 그 밑에는 공통된 방향이 있다. 소비자는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를 덜어내고, 기업은 데이터와 AI를 이용해 그 빈자리를 편의와 개인화로 채우고 있다.



핵심 변화2027년 키워드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기업이 살펴볼 영역

삶의 부담 축소 저전력 모드 세대 소유·책임·관계의 부담 최소화 저비용·단기·구독·경량 서비스
건강 소비 재편 슬리밍 이코노미 체중 관리와 식품 선택 변화 GLP-1 연계 시장, 대안 식품, 푸드테크
이동 범위 확대 무한 여행 물리적·신체적 이동 제약 완화 접근성 기술, 신형 여행, 경험 상품
결제 마찰 제거 미테노믹스 지갑·카드·스마트폰을 넘어선 결제 생체·음성 기반 결제
개인화 심화 AI의 개인화 AI가 취향·건강·감정을 이해 AI 동반자, 디지털 치료, 펫테크
안전 자동화 AI 안전 시스템 사고와 재난에 선제 대응 응급의료·기후·물·보안
AI 위험 통제 AI를 잡는 AI 딥페이크·위조·AI 판단 검증 AI 보안·검증 시장
노동 구조 변화 재정의되는 인간과 노동 현장 노동을 로봇과 AI가 대체·보조 농업·돌봄·의료 로봇
자원 소비 감소 순환과 재생 폐기 대신 재사용·재생 동적 가격·재활용·재사용
개인별 시장 형성 커스텀 라이프 대중 시장에서 1인 맞춤 시장으로 이동 뷰티·웰니스 초개인화

저성장 시대의 소비 공식이 바뀐다…‘많이 소유하는 삶’에서 ‘부담이 적은 삶’으로

라이트싱크를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는 중국을 비롯한 여러 시장에서 나타나는 ‘저부담 라이프’다. 충칭에서 포착된 저성장 시대의 생활 방식, 상트페테르부르크의 Z세대 요양원, 광저우의 숏폼 드라마 열풍, 방콕의 새로운 디지털 노마드 문화는 서로 다른 현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시간과 돈, 관계와 책임에 들어가는 고정비를 낮추려는 욕구다. 거대한 목표를 세우고 장기간 비용을 부담하기보다 지금 필요한 경험을 짧고 효율적으로 얻으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저부담 라이프는 경제적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포장하거나 소비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가 자신이 감당하고 있는 비용과 책임이 정말 필요한지를 다시 계산하는 과정에 가깝다. 오래 소유할 고가 제품 대신 부담이 작은 상품을 선택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관계 대신 영화·여행·운동처럼 특정 활동을 함께하는 관계를 택하는 식이다. 물건과 관계 모두에서 유지비를 줄이면서 자신에게 중요한 부분에는 시간과 돈을 집중한다.

이 변화는 기업에 까다로운 질문을 던진다. 과거에는 제품의 내구성과 소유 가치가 구매를 설득하는 중요한 요소였다면 저부담 소비자에게는 구매 이후 발생하는 비용과 책임까지 경쟁력이 된다. 가격뿐 아니라 보관, 관리, 해지, 처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하는 전략보다 고객이 얼마나 가볍게 사용하고 떠날 수 있도록 설계했는지가 중요해지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

저전력 모드 세대의 변화대표 사례소비자의 선택 기준사업 기회

소유 부담 축소 충칭의 저부담 라이프 가격·관리비·유지 부담 렌털·구독·소용량 상품
심리적 휴식 수요 상트페테르부르크 Z세대 요양원 휴식·회복 단기 체류·회복 서비스
콘텐츠 시간 단축 광저우 숏폼 드라마 짧은 시간의 몰입 숏폼 콘텐츠·광고
장소 의존 감소 방콕 디지털 노마드 이동성·연결성 원격근무·장기 체류 서비스

GLP-1과 푸드테크가 만드는 ‘슬리밍 이코노미’…건강 소비의 기준이 달라진다

삶에서 불필요한 부담을 덜어내려는 움직임은 식품과 건강 시장에서도 이어진다. 뉴욕과 시카고에서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확산이 체중 관리 시장의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으며, 파리와 빈에서는 기존 식품의 맛과 경험을 유지하면서 다른 성분과 제조 방식을 적용하는 대안 식품이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 적게 먹는 생활이 아니라 건강과 즐거움 사이의 타협을 줄이는 것이다.

푸드테크의 발전은 이 변화를 더욱 빠르게 만든다. 데이터 분석과 식품공학이 결합하면서 식품을 구성하는 요소를 이전보다 세밀하게 분석하고 설계할 수 있게 됐다. 설탕이나 칼로리를 무조건 줄여 맛을 희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맛과 건강을 함께 충족하려는 방향으로 제품 개발의 목표가 이동한다. 건강을 위해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기존 전제가 기술을 통해 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GLP-1이 만들어내는 변화도 의약품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체중 관리 방식이 달라지면 식사량과 음식 선택, 외식, 간식, 운동 등 주변 소비도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생긴다. 결국 슬리밍 이코노미의 핵심 경쟁은 칼로리를 얼마나 낮추느냐보다 변화한 소비자의 식생활을 얼마나 세밀하게 이해하느냐에 있다. 식품기업에는 제품 포트폴리오와 용량, 영양 설계, 대안 원료를 다시 검토해야 하는 변화가 될 수 있다.|

슬리밍 이코노미 영역변화기업의 대응 방향

체중 관리 GLP-1 확산 변화한 식습관에 맞는 제품 개발
식품 건강과 맛의 동시 추구 영양·성분 정밀 설계
대안 식품 기존 식품 경험의 재현 대체 원료 및 식품공학 활용
푸드테크 데이터와 식품공학 결합 개인별 영양 솔루션 개발

여행과 결제에서 사라지는 ‘마찰’…이동과 구매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생활의 부담을 줄이는 흐름은 이동에서도 나타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신체적 제약 때문에 여행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의 이동 장벽을 기술로 낮추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도쿄에서는 우주여행에 앞서 성층권을 경험하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이 등장한다. 홍콩에서는 과거의 기억과 취향을 상품화하는 레트로 비즈니스가 새로운 경험 시장을 만든다. 여행이 특정 장소를 방문하는 행위에서 개인의 취향과 접근성, 새로운 경험을 설계하는 산업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결제에서는 이동보다 더 빠르게 마찰이 사라지고 있다. 디트로이트에서는 지갑이나 현금 없이 음성으로 결제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알마티와 광저우에서는 손바닥을 이용한 팜 페이먼트가 새로운 인증 방식으로 제시된다. 모스크바에서도 생체정보를 활용한 결제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는 카드를 꺼내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조작하는 과정까지 줄일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제수단 하나가 추가됐다는 사실보다 소비와 결제 사이의 거리가 짧아진다는 점이다. 과거 전자상거래가 검색, 비교, 장바구니, 결제라는 여러 단계를 거쳤다면 AI 시대에는 대화와 구매가 하나의 흐름으로 합쳐질 수 있다. 소비자가 “오늘 저녁 뭐 해 먹지?” 또는 “집들이 음식 추천해 줘”라고 AI에 질문하면 추천이 상품 선택으로 이어지고, 그 대화가 끝나기 전에 주문까지 완료되는 구조다. 검색창에서 상품을 찾아다니던 소비가 AI와의 대화를 통해 필요한 것을 결정하고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변화 영역사례사라지는 장벽새로운 경쟁 요소

여행 접근성 실리콘밸리 신체적 이동 제약 접근성 기술
새로운 여행 도쿄 성층권 관광 기존 여행 공간의 한계 새로운 경험 설계
취향 여행 홍콩 레트로 비즈니스 획일적 관광 상품 개인 취향
음성 결제 디트로이트 지갑·화면 조작 대화형 커머스
팜 페이먼트 알마티·광저우 카드·스마트폰 생체 인증
생체 결제 모스크바 물리적 결제수단 인증·보안

AI가 ‘도구’에서 ‘동반자’로 이동한다…장기 기억이 만드는 새로운 관계

2027년 변화에서 가장 큰 축 가운데 하나는 AI의 개인화다. 나고야에서 소개된 AI 동반자와 가상 동거, 함부르크의 디지털 치료, 토론토와 칭다오의 AI 기반 반려동물 관리 사례는 AI가 생활의 구체적인 문제 안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용자가 필요할 때 질문하는 범용 서비스에서 벗어나 특정 개인의 생활과 건강, 감정, 반려동물까지 지속적으로 이해하는 서비스로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특히 AI 동반자 시장에서는 ‘장기 기억’이 중요한 기술적 전환점으로 제시된다. 기존 대화형 AI에서는 이전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었지만 장기 기억이 구현되면 사용자의 과거 대화와 취향, 생활 패턴을 바탕으로 관계의 연속성을 만들 수 있다. 어제 나눈 대화가 오늘의 대화에 반영되고, 사용자의 생활 리듬과 관심사가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되면 AI와의 관계는 일회성 질의응답과 다른 성격을 갖게 된다.

2027년 출시 예정으로 소개된 게이트박스3는 이러한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챗GPT 등 대형언어모델과 연결하고 이전 대화를 축적함으로써 사용자와의 대화가 지속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개발사가 이를 사용자의 생활 리듬과 감정의 흐름을 학습하며 성장하는 ‘살아 있는 파트너와의 동거’로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경쟁의 기준이 얼마나 많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느냐에서 한 사람을 얼마나 오래 이해할 수 있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AI 개인화 영역대표 사례AI의 역할 변화

AI 동반자 나고야 게이트박스3 대화 상대에서 지속적 관계로 이동
디지털 치료 함부르크 정보 제공에서 치료 지원으로 확대
펫테크 토론토·칭다오 관찰하기 어려운 반려동물 상태 분석
AI 커머스 대화 기반 추천·구매 검색에서 구매 실행까지 연결

AI가 생명을 구하고 AI를 감시한다…‘AI 안전 시장’이 별도 산업으로 커진다

AI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반대 방향의 시장도 생긴다. AI를 활용해 사람과 사회를 보호하는 ‘AI 안전 시스템’과 AI가 만든 위험을 다른 AI로 탐지하고 통제하는 ‘AI를 잡는 AI’다. 오사카의 AI 응급 시스템은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를 목표로 하고, 달라스에서는 기후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술이 등장한다. 산티아고에서는 데이터를 이용한 지속 가능한 물 관리가 추진되고, 도쿄에서는 로봇과 드론을 활용한 보안 시스템이 일상 영역으로 들어온다.

이 가운데 응급의료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의료 자원과 환자의 상태, 병원의 수용 가능성을 데이터로 연결해 적절한 대응을 지원할 수 있다면 응급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문제를 줄이는 데 AI가 활용될 여지가 생긴다. AI의 가치가 문서를 작성하거나 이미지를 만드는 생산성 영역을 넘어 제한된 사회 자원을 배분하는 시스템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의료뿐 아니라 재난, 기후, 물 관리, 도시 보안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AI가 중요한 결정을 맡을수록 AI 자체를 검증하는 기술도 필요해진다. 홍콩의 개인 맞춤형 보안, 프라하의 AI 위조문서 판별, 뮌헨의 AI 의사결정 검증은 이러한 수요를 보여준다.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와 문서, 정보가 늘어나면 진위를 판단하는 비용 역시 증가한다. AI가 문제를 만드는 동시에 또 다른 AI가 그 문제를 찾아내는 창과 방패의 시장이 형성되는 구조다.

안전 영역도시적용 방향핵심 가치

응급의료 오사카 AI 응급 시스템 골든타임 확보
기후재난 달라스 선제적 재난 대응 피해 예방
물 관리 산티아고 데이터 기반 자원 관리 지속 가능성
보안 도쿄 로봇·드론 활용 자동화된 감시·대응
개인 보안 홍콩 맞춤형 보안 개인별 위험 대응
문서 검증 프라하 AI 위조 판별 진위 확인
AI 검증 뮌헨 AI 판단 검증 신뢰 확보

로봇이 노동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다시 나눈다

AI가 소프트웨어 안에서 개인화와 안전을 담당한다면 현실 세계에서는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이 노동 구조를 바꾸고 있다. 난징에서는 로봇이 고령층의 생활을 지원하고, 취리히에서는 생체공학 기술이 피부 이식과 재건의 범위를 넓힌다. 멜버른에서는 AI 드론이 가축을 관리하고, 모스크바에서는 자율주행 트랙터가 농업 자동화를 앞당긴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산업일수록 자동화의 경제적 필요성이 커지는 구조다.

한국 농업 역시 같은 문제와 맞닿아 있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율 드론, 스마트 축산, 데이터 기반 농업은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고 생산성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ICT 인프라와 제조·기술 역량을 활용한다면 해외에서 개발된 농업 로봇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환경에 맞는 농업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도 검토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의 역할도 달라진다. 직접 트랙터를 운전하고 가축을 쫓거나 농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업무의 일부를 자율 시스템이 맡게 되면 사람은 시스템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해석하며 여러 장비를 관리하는 쪽으로 이동한다. 농업의 경쟁력이 육체노동의 양보다 로봇과 데이터, 자동화 시스템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하는지에 좌우되는 영역이 넓어지는 것이다. 이는 제조업에서 진행됐던 자동화가 농업과 돌봄, 의료 등 서비스와 1차 산업으로 확산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인간과 노동의 재편적용 영역기술사람의 역할 변화

난징 실버케어 생활지원 로봇 직접 돌봄 + 로봇 관리
취리히 의료 생체공학 피부 치료·재건 범위 확대
멜버른 축산 AI 드론 현장 작업에서 시스템 운영으로 이동
모스크바 농업 자율주행 트랙터 운전에서 데이터·장비 관리로 이동
한국 적용 가능성 농축산업 드론·로봇·데이터 농업 자동화 생태계 구축

‘더 많이 파는 기업’에서 ‘덜 버리게 만드는 기업’으로 경쟁 기준이 바뀐다

소비 부담을 낮추는 라이트싱크는 자원 소비에서도 이어진다. 이집트의 푸드뱅크 시스템, 텔아비브의 실시간 동적 가격, 호치민의 새우 껍질 활용, 디트로이트에서 소개된 파타고니아의 원 웨어, 스톡홀름과 밀라노의 가구·생활용품 순환경제, 코펜하겐의 물 재사용 기술은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폐기하는 일방향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다.

특히 유통에서는 데이터가 폐기량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상품의 유통기한과 재고, 수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가격을 조정하면 판매되지 않은 식품을 폐기하기 전에 소비로 연결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제조 영역에서는 과거 폐기물로 취급했던 부산물을 새로운 원료로 전환하고, 생활 영역에서는 물과 제품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식이 확산된다. 순환경제가 환경 캠페인에 머물지 않고 원료비와 재고, 폐기 비용을 줄이는 운영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원 웨어 사례처럼 소비자에게 새 제품 구매를 계속 권하는 대신 기존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접근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이는 판매량을 최대화하는 전통적인 소비재 기업의 공식과 충돌할 수 있다. 반면 제품의 수명, 수리, 재판매, 회수까지 기업과 고객의 관계에 포함한다면 한 번의 판매가 장기간의 서비스 관계로 바뀔 수 있다.

순환·재생 영역사례기존 방식변화 방향

식품 이집트 푸드뱅크 잉여 식품 폐기 재분배
유통 텔아비브 동적 가격 고정 가격 재고·수요 기반 실시간 가격
부산물 호치민 새우 껍질 폐기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
의류 디트로이트 원 웨어 신규 구매 중심 오래 사용·재사용
생활용품 스톡홀름·밀라노 판매 후 폐기 회수·재사용
물 코펜하겐 플로우 루프 사용 후 배출 물 재순환

14억 명에게 14억 개의 솔루션…대중시장의 끝에서 ‘커스텀 라이프’가 시작된다

라이트싱크의 마지막 단계는 개인화다. 첸나이에서는 인도의 거대한 인구를 하나의 소비시장으로 보는 대신 개인별 피부와 환경에 맞는 뷰티테크 가능성이 제기되고, 오클랜드에서는 개인의 삶과 기억을 특정 물건에 담으려는 맞춤형 상품이 등장한다. 후쿠오카에서는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상태까지 개인에게 맞추는 퍼스널라이즈 웰빙이 확장되고 있다. 과거 기업이 연령과 성별, 소득으로 고객을 몇 개 집단으로 나눴다면 AI와 데이터는 같은 집단 안에서도 개인별로 다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인도 뷰티 시장은 한국 기업이 이 흐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화장품 산업의 제형 개발과 제조 역량을 인도의 기후, 수질, 피부 특성을 반영한 AI 데이터 플랫폼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제품 생산에서는 한국의 연구개발과 제조 경쟁력을 활용하되 고객에게 제공하는 솔루션은 현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밀하게 조정하는 접근이다. 거대한 인도 시장을 하나의 제품으로 공략하는 방식과는 다른 전략이다.

여기서 초개인화의 의미도 분명해진다. 모든 소비자를 위해 수백만 개의 서로 다른 제품을 생산한다는 뜻이 아니다. 공통된 제품과 기술 플랫폼 위에 진단, 추천, 조합, 서비스 경험을 개인별로 다르게 설계하는 것이다. AI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최적 조합을 추천할 수 있다면 기업은 대량생산의 효율을 상당 부분 유지하면서 개인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커스텀 라이프시장 변화한국 기업의 활용 가능성

인도 뷰티테크 피부·기후·수질 기반 개인화 K-뷰티 R&D + 현지 데이터
개인 맞춤 상품 개인의 기억·취향 반영 주문형 제조·개인화 상품
퍼스널 웰빙 신체·정신 상태별 서비스 헬스 데이터 기반 서비스
AI 추천 개인별 최적 조합 제공 제품 + 데이터 플랫폼 결합

2027년 기업 전략의 핵심은 ‘더 많은 기능’이 아니라 ‘더 적은 부담’이다

10개의 변화에서 기업이 읽어야 할 공통점은 기술의 양이 아니다. 소비자의 부담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더 중요하다. 저전력 모드 세대는 소유와 관계의 부담을 줄이고, 슬리밍 이코노미는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감수했던 불편을 줄인다. 무한 여행은 이동의 제약을 낮추고, 새로운 결제 기술은 구매 과정의 마찰을 없앤다. AI 개인화는 사용자가 매번 자신의 취향과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며, AI 안전 시스템은 사람이 직접 위험을 발견하고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기술로 넘긴다.

기업 전략도 이에 맞춰 달라질 필요가 있다. 제품을 구매한 뒤 관리해야 하는 부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학습해야 하는 부담, 검색하고 비교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번거로움, 개인 정보를 반복적으로 입력해야 하는 불편까지 모두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이다. 가격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소비자는 이러한 비용을 경험한다. 2027년의 경쟁은 이 보이지 않는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편리함만 강조해서는 부족하다. AI가 소비와 건강, 의료, 결제, 보안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개인정보와 알고리즘의 신뢰성, AI 판단의 검증 문제가 함께 커진다. AI 동반자가 사용자를 오래 기억할수록 개인화 수준은 높아지지만 축적되는 정보도 많아진다. 생체정보로 결제하면 지갑을 꺼내지 않아도 되지만 인증 정보에 대한 높은 수준의 보호가 필요하다. AI가 응급의료나 안전에 관여하면 판단 오류를 어떻게 발견하고 책임질 것인지도 중요해진다. 개인화와 안전은 별개의 시장이 아니라 함께 성장해야 하는 조건이 된다.

한국 기업에는 이 변화가 소비재와 첨단기술을 연결할 기회를 제공한다. K-뷰티에 AI 기반 개인화를 결합하고, 식품 제조 역량에 푸드테크를 연결하며, ICT와 제조 기반을 농업 로봇과 스마트 축산으로 확장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AI라는 이름을 제품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기존에 감당했던 시간과 비용, 불편 가운데 무엇을 기술로 없앨 것인지부터 정하는 것이다.

결국 라이트싱크가 보여주는 2027년의 소비자는 기술을 더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삶에서는 더 적은 것을 짊어지려는 사람이다. 물건을 적게 소유하면서 더 많은 경험을 누리고, 인간관계의 부담을 줄이면서 AI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며, 직접 해야 했던 일을 로봇과 알고리즘에 넘긴다. 소비를 줄이면서도 개인에게 중요한 건강과 경험, 편의에는 더 정교하게 돈을 쓴다.

기업 입장에서 이 변화는 소비 위축과 기술 혁신이라는 두 현상을 따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저성장이 소비자를 가볍게 만들고, AI와 데이터는 그 가벼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앞으로 시장을 만드는 기업은 고객에게 더 많은 것을 소유하라고 설득하는 곳보다 덜 소유해도 더 편리하고, 덜 노력해도 더 개인화되며, 더 많은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곳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2027년의 새로운 소비 경쟁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관련참고기사:코트라 월드 트렌드 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