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전략/2027년트렌드

AI가 일을 대신할수록 사람들은 ‘좋은 상태’를 산다…2027년 소비시장을 바꾸는 7가지 변화 -2027 트렌드 노트-

Marketcast 2026. 10. 12. 08:30

AI가 인간의 일과 생각을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시장의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기술 발전의 방향이 더 빠르고 편리하게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있었다면, 생성형 AI는 그 목표를 상당 부분 현실로 만들고 있다. 글과 이미지, 정보 검색과 분석은 물론 일정 수준의 판단과 기획까지 AI가 처리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사람들이 이전보다 편안해진 것은 아니다. 자신이 하던 일을 기술이 대신할 수 있다는 불안, 무엇을 배워야 할지 알기 어려운 막막함,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감각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그룹 생활변화관측소가 《2027 트렌드 노트》에서 집중하는 것도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런 환경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변화다. SNS와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한국인의 일상과 가치관을 추적해온 생활변화관측소는 이번 흐름을 관통하는 결론을 ‘나를 지키는 법’으로 정리한다. 집필에 참여한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 소장은 사람들이 과거에는 더 나아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AI 시대에는 무너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된다며 “유지, 안정, 회복, 복원, 균형, 컨디션 관리가 이 시대 개인의 과제이자 기업의 과제”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2027년 소비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준이 등장한다. 더 좋은 제품, 더 빠른 서비스, 더 높은 생산성만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내가 잘 살고 있다는 느낌, 기분, 기운이 AI 시대의 새로운 기준”이라는 분석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경험, 직접 해냈다는 성취감, 지쳤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감에 가치를 두기 시작한다. 결국 AI 시대의 새로운 소비는 무엇을 더 갖게 해주느냐만큼 나를 어떤 상태로 만들어주느냐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

AI가 결과를 쉽게 만들자 성취감을 얻는 과정이 희소해졌다

생성형 AI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결과를 만드는 비용의 급격한 하락이다. 예전에는 글 하나를 완성하려 해도 자료를 찾고 생각을 정리하고 초안을 작성한 뒤 여러 차례 수정해야 했다. 이미지와 영상, 발표 자료를 만드는 일에는 별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이제 상당수 작업은 몇 줄의 명령만으로 시작할 수 있다.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시간은 짧아졌고 전문적인 기술이 없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결과를 얻는 일이 쉬워졌다고 삶의 의미까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며칠 동안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결과와 AI가 몇 초 만에 만든 결과가 비슷해진다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한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인간이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얻었던 자기 효능감이 흔들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 변화는 ‘성취감’이라는 단어의 사용량에서도 나타난다. 생활변화관측소의 소셜 빅데이터 분석에서 블로그의 성취감 언급량은 2020년까지 연간 약 10만 건 수준이었지만 2024년 약 30만 건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100만 건에 육박했다. 단일 브랜드 가운데 언급량이 많은 스타벅스와 비슷한 수준이며 일반명사인 치킨 언급량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성취감이 일상의 기록에서 매우 빈번하게 등장하는 감정으로 바뀐 것이다.

AI 확산과 성취감 언급량 증가가 직접적인 인과관계에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027 트렌드 노트》 역시 시기가 겹친 것이 우연일 가능성을 열어둔다. 다만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사람의 작업과 사고를 적극적으로 보조하기 시작한 시기에 사람들이 성취감을 더 자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소비 변화를 이해할 중요한 배경이 된다. 결과를 만드는 일이 쉬워질수록 ‘내가 직접 해냈다’는 감각은 오히려 얻기 어려운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성취감을 둘러싼 변화나타나는 현상소비자가 원하는 가치기업이 고려할 방향

AI의 결과 생산 확대 작업과 제작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자신의 역할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고객이 직접 참여할 영역을 남긴다
성취감 관심 증가 2025년 관련 언급량이 100만 건에 육박한다 ‘내가 해냈다’는 감각을 원한다 과정과 완성 경험을 상품화한다
자동화 의존 확대 결과와 개인 노력의 연결이 약해진다 자기 효능감을 확인하려 한다 자동화와 사용자 통제권을 함께 설계한다
물리적 경험의 가치 상승 운동·수공예·필사 등에 관심이 이어진다 몸으로 경험하고 결과를 확인하려 한다 기록과 축적이 가능한 경험을 제공한다

러닝과 뜨개질이 AI 시대에 다시 강해지는 이유

성취감을 향한 욕구는 디지털 세계와 반대되는 활동으로 사람을 끌어당긴다. 펠트와 자수, 뜨개질, 필사, 러닝처럼 직접 몸을 움직여 결과를 만드는 활동이 대표적이다. 이런 활동은 효율성만 놓고 보면 생성형 AI와 정반대에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자신이 직접 수행하지 않으면 결과를 얻기 어렵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과정 전체를 자신이 통제했다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생활변화관측소 분석에서는 현재 사람들에게 성취감을 주는 대표적인 활동으로 러닝과 마라톤이 제시된다. 달리기는 기술이 대신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경험이다. AI가 운동 계획을 짜주고 기록을 분석할 수는 있어도 실제 거리를 달리는 사람은 자신이다. 5㎞를 뛰든 마라톤을 완주하든 결과와 과정 사이에 자신의 노력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거리와 시간이라는 기록도 남기 때문에 성취를 확인하기 쉽다.

몰입할 수 있는 취미와 느슨한 공동체가 중요해지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혼자 달리면서 자신의 기록에 집중할 수 있지만 러닝크루에 참여하면 다른 사람과 느슨하게 연결될 수도 있다. 개인의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필요할 때 공동체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강한 소속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큰 시대의 관계 욕구와도 맞닿아 있다.

기업에는 중요한 변화다. 그동안 디지털 서비스의 핵심 목표가 고객의 행동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모든 과정을 없애는 것이 항상 정답이라고 보기 어렵다. 고객이 직접 선택하고 움직이고 완성하며 기록할 수 있는 과정 자체가 상품의 가치가 될 수 있다. AI 시대에는 불편을 제거하는 것과 인간의 역할까지 제거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위로는 디저트에서, 기운은 제철 밥상에서 찾는다

사람은 계속 성취할 수만은 없다. 몰입하고 도전하다 보면 지치고 실패하기도 한다. AI가 끊임없이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는 환경에서는 자신의 속도가 느리다고 느끼는 순간도 늘어날 수 있다. 생활변화관측소는 사람이 무능감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성취감을 주는 무언가를 찾고, 다시 지루하거나 무능하다고 느끼고, 좌절했다가 위로를 받은 뒤 다시 기운을 차리는 과정을 반복할 것으로 본다.

여기서 ‘위로 비즈니스’라는 개념이 구체화된다. 위로는 막연한 감성이나 광고 문구를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를 회복하도록 돕는 실제 경험에 가깝다. 분석에서는 현재 위로를 주는 것의 대표적인 대상으로 디저트가, 기운을 차리게 하는 것으로는 밥상이 제시된다. 밥상 가운데서도 제철 음식이 중요한 대상으로 나타난다.


디저트와 밥상이 제공하는 경험은 다르다. 디저트가 힘든 하루에 작은 만족을 주는 즉각적인 위로에 가깝다면 밥상은 몸의 상태를 다시 끌어올리는 회복과 연결된다. 제철 음식은 계절의 변화와 식재료의 신선함이라는 감각까지 더한다. 기술이 생활의 많은 부분을 디지털화할수록 맛과 향, 온도, 식감처럼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감각의 가치는 오히려 선명해질 수 있다.

이는 식품기업과 외식업체에만 해당하는 변화가 아니다.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뒤 어떤 상태가 되는지를 묻는 접근은 여행과 숙박, 패션, 뷰티, 운동, 콘텐츠, 리테일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즐겁게 만드는 상품, 마음을 진정시키는 공간, 기운을 회복시키는 식사, 하루의 리듬을 정돈해주는 서비스처럼 소비 결과를 ‘상태 변화’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태대표적인 행동·대상핵심 감각사업 기회

성취감 러닝·마라톤·취미 활동 내가 해냈다는 경험 스포츠·취미·체험 서비스
위로 디저트 즉각적인 만족과 휴식 식품·카페·리테일
회복 밥상·제철 음식 몸과 기운을 되찾는 경험 식품·외식·건강관리
몰입 수공예·필사 등 과정에 집중하는 경험 취미·교육·커뮤니티
연대감 느슨한 공동체 부담 없이 연결되는 경험 커뮤니티 기반 서비스

1020세대가 시급과 계약서를 따지는 것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통제감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은 돈과 노동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10대와 20대는 자신의 노동시간을 금액으로 환산하고 관계의 조건을 계약으로 명확하게 설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집안일의 가치를 시급으로 계산하고, 근로관계에서는 명확한 계약을 요구하며, 자산 형성을 시작하는 시점도 앞당기려 한다.

배경에는 시간에 대한 경제적 감각의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몇 년의 실패나 방황을 노동소득으로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가 존재했다. 그러나 자산 가격이 빠르게 움직이는 환경에서는 시작 시점의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자산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25세에 자산 형성을 시작한 사람과 35세에 시작한 사람의 격차가 그저 10년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2027 트렌드 노트》에서 인용한 수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3~24세의 아르바이트 경험률은 49.5%로 2020년보다 9.6%포인트 증가했다. 해당 연령대 두 명 가운데 한 명가량이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셈이다. 소셜 빅데이터에서도 10~20대 커뮤니티에서 ‘용돈’과 ‘식비’ 같은 생활비 중심의 표현은 줄어드는 반면 ‘주식’과 ‘투자’처럼 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표현은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를 젊은 세대가 돈만 중시하게 됐다고 해석하는 것은 변화의 핵심을 놓치는 접근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서 자신의 시간과 노동, 자산 가운데 무엇을 통제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계산하는 행동에 가깝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계약 조건과 가격, 보상 체계가 명확한 기업이 신뢰를 얻을 가능성도 커진다.

AI가 실력의 차이를 줄이자 사람과 브랜드의 ‘태도’가 중요해졌다

AI는 사람 사이의 능력 격차를 일정 부분 줄인다. 글을 잘 쓰지 못했던 사람도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디자인과 번역, 자료 조사와 분석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결과물만 보고 누가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평가 기준이 결과에서 행동으로 확장된다. 약속을 어떻게 지키는지, 다른 사람에게 어떤 말투를 사용하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개인의 신용을 결정한다. 소셜 빅데이터에서 ‘손절’의 대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상은 친구이며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돈 문제다. 하지만 그다음 이유에서는 친구의 성격이나 인성보다 행동과 태도가 중요하게 등장하고 있다.

관계가 느슨해질수록 태도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 있다. 가족이나 오래된 친구처럼 이미 강하게 연결된 관계와 달리 온라인 커뮤니티나 프로젝트 조직, 판매자와 구매자처럼 느슨하게 연결된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과거를 충분히 알기 어렵다. 결국 반복해서 관찰할 수 있는 행동이 신뢰의 근거가 된다.

브랜드도 같은 조건에 놓인다. AI가 매끄러운 광고 문구와 이미지를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되면 표현 자체의 차별성은 약해질 수 있다. 반면 환불 과정, 고객센터 대응, 가격정책, 개인정보 관리, 제품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취하는 행동은 AI가 대신 만들어줄 수 없는 신뢰의 기록으로 남는다. 브랜드가 무엇이라고 말하는가보다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되는 이유다.

정보가 넘쳐날수록 인플루언서와 브랜드는 ‘누가 왜 말하는가’로 평가받는다

콘텐츠 시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난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정보 콘텐츠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 ‘무엇을 알고 있는가’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진다. 대신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왜 그것을 선택했는지가 중요해진다.

추성훈의 콘텐츠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생활·패션·뷰티 콘텐츠 시장에서는 젊은 여성 인플루언서의 존재감이 컸고 중년 남성은 주요 소비 주체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중년 남성이 자신의 일상과 취향을 직접 보여주는 콘텐츠가 기존의 공식을 벗어나면서 새로운 관심을 만들어냈다.

책에서 소개된 ‘중년·남성·도쿄·스테이크’라는 요소를 조합한 영상은 1,3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20대·여성·우리 집·샐러드’처럼 기존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에서 익숙한 조합과 정반대에 가까운 요소가 오히려 대중성을 확보한 것이다. 희소하다고 여겨졌던 삶의 방식도 충분한 공감대를 만나면 넓은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시대에는 이러한 개인의 축적된 경험이 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제품의 특징이나 사용법은 누구나 검색하고 AI로 정리할 수 있지만 특정한 사람이 수십 년 동안 어떤 경험을 했고 왜 특정 제품을 선택하게 됐는지는 그대로 복제하기 어렵다. 브랜드도 제품의 장점만 반복하기보다 무엇을 선택했고 무엇을 포기했으며 어떤 경험을 축적해왔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보가 넘쳐날수록 소개의 양보다 말하는 사람과 브랜드의 맥락이 신뢰를 결정하게 된다.

신뢰를 만드는 기준변화 이전변화 이후기업의 대응 방향

개인의 경쟁력 스펙·기술·결과물 행동과 태도까지 포함된다 구성원의 고객 대응까지 관리한다
콘텐츠 많은 정보와 빠른 소개 개인의 경험과 맥락이 중요해진다 고유한 경험을 축적한다
인플루언서 팔로어와 전문 분야 삶의 서사와 신뢰가 중요해진다 브랜드와 인물의 맥락을 맞춘다
브랜드 광고 메시지 실제 행동과 축적된 경험 말과 서비스 정책을 일치시킨다

은퇴 이후의 삶이 길어지면서 ‘시니어’라는 하나의 시장이 해체된다

AI 시대의 자기 통제와 회복이라는 문제는 중장년층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X세대가 은퇴 시기에 가까워지면서 기존의 은퇴와 노년에 대한 정의가 현실과 맞지 않기 시작한다. 이전 세대의 절약과 성실, 생산성을 공유하면서도 문화와 소비를 적극적으로 즐겨온 X세대는 기존의 전형적인 은퇴생활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은퇴라는 단어는 개인의 일상에서 다소 거리가 있었다. 운동선수의 은퇴나 베이비붐 세대의 집단적 은퇴처럼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사건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생애주기가 길어지면서 은퇴는 점차 자신의 삶에서 직접 설계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퇴는 모든 일을 마치고 쉬는 종착점보다 새로운 생애 단계에 가까워진다. 일과 휴식, 학습과 여행, 취미와 건강관리, 새로운 관계를 다시 조합해야 하는 시기가 된다. 60대 이후를 하나의 시니어 집단으로 묶는 기존 시장 구분도 한계가 커진다. 같은 나이라도 건강 상태와 자산, 직업 경험과 가족관계, 취향에 따라 원하는 생활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연령 자체보다 소비자가 어떤 상태와 생활을 원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계속 일하고 싶은 사람,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싶은 사람, 여행을 중심으로 살아가려는 사람, 건강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려는 사람이 같은 연령대에 공존한다. 제3성인기를 위한 교육과 취미, 여행, 커뮤니티, 운동과 건강관리 시장이 함께 확장될 수 있는 배경이다.

웰니스의 목표는 완벽한 건강이 아니라 매일 ‘괜찮은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언어도 달라지고 있다. 웰니스가 특정 운동이나 식단, 휴양 프로그램을 의미하는 데서 벗어나 매일의 상태를 관리하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표현이 ‘컨디션 관리’다.

컨디션 관리는 잠을 잘 자는 것, 피로를 쌓아두지 않는 것, 아침을 좋은 상태로 시작하는 것,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몸을 움직여 풀어내는 것까지 포함한다. 특별한 활동 하나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전체의 상태를 조율하는 행위다. 사람들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생각하는 ‘괜찮은 나’에 가까운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여기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 사람마다 원하는 하루가 다르고 같은 사람도 그날의 몸과 일정에 따라 필요한 것이 달라진다. 그래서 컨디션 관리는 한 번의 목표 달성으로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생활 방식이 된다. 건강산업이 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시장에서 일상적인 상태를 관리하는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 모든 품목에서 최고의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한 영역에는 적극적으로 비용을 쓰는 ‘투자 소비’가 등장한다. 특히 건강과 취미가 대표적인 영역이다. 러닝처럼 운동과 취미가 결합된 활동은 즐거움과 건강, 성취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욕구가 겹친다.

책에 소개된 배우 선우용여의 “젊음은 자기가 노력해야 돼.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고 내 몸 속에 들어가는 데다 돈 써야 돼”라는 말은 이러한 소비심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건강이 문제가 생겼을 때 지출하는 비용에서 자신의 미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미리 투자하는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웰니스 시장의 변화소비자 인식주요 행동확장 가능한 시장

건강의 일상화 건강은 매일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 수면·식사·운동을 관리한다 식품·운동·수면 서비스
컨디션 중심 사고 오늘의 상태를 중요하게 여긴다 피로와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회복·휴식·웰니스
투자 소비 중요한 분야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건강과 취미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프리미엄 건강·취미 시장
장기적 자기관리 건강을 미래의 자산으로 본다 노화와 신체 기능에 관심을 둔다 중장년 건강관리
좋은 상태에 대한 욕구 완벽함보다 지속 가능한 상태를 원한다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만든다 개인화된 생활관리

기업의 경쟁 기준은 ‘무엇을 파느냐’에서 ‘고객을 어떤 상태로 만드느냐’로 넓어진다

이러한 변화를 하나씩 떼어놓으면 서로 다른 시장 현상으로 보인다. 러닝 열풍은 스포츠 시장의 변화이고 디저트는 식품 소비, 제철 음식은 건강 트렌드, 1020세대의 투자 관심은 금융 변화, 인플루언서의 서사는 콘텐츠 시장의 변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지키려는 공통된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AI가 결과를 대신 만들면 사람은 자신이 직접 완성할 수 있는 활동에서 성취감을 찾는다. 미래의 경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우면 자신의 노동가격과 계약 조건을 명확하게 만든다. 정보가 넘쳐나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설명보다 오랫동안 축적된 개인의 경험을 신뢰한다. 생애가 길어지면 정해진 은퇴 모델을 따르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다음 삶을 다시 설계하려 한다. 건강에서도 이상적인 몸을 만드는 목표보다 오늘 하루를 괜찮은 상태로 유지하는 문제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위로 비즈니스’를 감성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받아들여서는 변화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소비자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한 사람이 이전보다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고, 무언가를 해냈다고 느끼며, 지친 상태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가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상품의 기능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모든 과정을 자동화해 고객의 행동을 없애는 것보다 중요한 순간에는 직접 선택하고 참여하도록 할 수 있다. 운동 서비스라면 기록과 작은 목표를 통해 성취감을 확인하게 하고, 식품 브랜드라면 영양 성분만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루의 기운과 식사의 경험을 연결할 수 있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이라면 ‘노년’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보다 앞으로 어떤 일상을 살고 싶은지를 기준으로 고객을 나눌 수 있다.

마케팅의 역할도 달라진다. 소비자의 부족함을 강조해 불안을 키운 뒤 제품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공식보다 제품을 사용한 뒤 어떤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 중요해진다. 브랜드의 진정성 역시 광고 문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격과 계약, 고객 대응, 문제 해결 과정에서 축적된다. AI가 누구나 매끄러운 표현을 만들 수 있게 할수록 실제 행동과 약속의 일관성이 더 강한 차별점이 된다.

2027년 시장의 핵심은 ‘더 나은 삶’보다 ‘무너지지 않는 삶’에 있다

지난 디지털 시장은 더 빠르게 검색하고, 더 편하게 구매하고,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소비자에게 제시되는 메시지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많은 것을 성취하라는 방향이 강했다. AI는 이러한 효율의 경쟁을 한 단계 더 밀어붙이고 있다. 사람이 오랜 시간 해야 했던 일을 짧은 시간에 처리하면서 생산성의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그 결과 인간에게 남는 질문은 오히려 기술적이지 않다. 내가 오늘 괜찮은 상태인지, 내 삶을 내가 결정하고 있는지, 직접 해낸 것이 있는지,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연결돼 있는지, 지쳤을 때 다시 기운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과 감각, 마음과 기운이 소비의 중요한 기준으로 들어오는 이유다.


그래서 2027년 시장에서 건강과 운동, 취미, 음식, 커뮤니티, 여행, 웰니스가 서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업종은 다르지만 소비자에게 성취와 몰입, 위로와 회복, 연결과 자기 확신을 제공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는 영역에는 더 많은 비용을 쓰는 투자 소비까지 결합하면 건강과 신체 활동은 장기적으로 강한 소비 영역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도 분명해진다. AI를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만 고민해서는 소비자의 변화를 충분히 읽기 어렵다. 자동화를 적용한 뒤에도 고객에게 어떤 역할을 남길 것인지, 제품을 이용한 사람이 어떤 기분과 상태가 될 것인지, 고객이 자신의 변화와 성취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AI가 더 많은 일을 대신한다고 해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잘하는 일이 늘어날수록 사람이 스스로 지키고 싶은 영역이 분명해진다. 직접 해냈다는 성취감, 내 삶을 내가 움직인다는 통제감, 오랜 경험에서 나온 서사, 약속을 지키는 태도, 지친 뒤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회복감, 내일의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건강과 컨디션이 그 영역이다.


AI 시대의 소비시장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AI가 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게 될지를 예측하는 데 있지 않다. AI가 많은 것을 대신한 뒤에도 사람들이 무엇만큼은 자신의 것으로 남겨두고 싶어 하는지를 찾는 데 있다. 더 성장하고 더 완벽해지는 것보다 오늘의 나를 잃지 않고 좋은 상태로 살아가는 것, 바로 그 욕구를 해결하는 상품과 서비스에서 2027년의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관련참고기사:2027 트렌드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