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전략/2027년트렌드

AI가 일상이 된 2027년, 소비자는 ROI를 따지고 기업은 제품 형태와 단골 관리로 승부한다 - 트렌드 코리아 2027-

Marketcast 2026. 9. 30. 14:58

 AI가 키워드에서 사라진 이유, 기술보다 AI 이후의 변화가 중요해졌다

2027년 소비시장을 설명하는 10대 키워드에서 ‘AI’라는 표현이 전면에서 사라졌다. AI의 영향력이 줄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생성형 AI가 개인의 일상과 기업의 업무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별도의 신기술로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보편적인 도구가 됐기 때문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은 AI 자체의 성능이나 기술 발전보다 AI가 널리 사용되는 환경에서 사람의 생활 방식과 소비 판단, 조직 운영, 제품 기획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2027년 10대 키워드는 ‘권태사회’, ‘라이프 ROI’, ‘폼팩터 시프트’, ‘해봄경제’, ‘저장인류’, ‘바이브 워킹’, ‘리:텐션 전략’, ‘휴먼엣지’, ‘하프시그널’, ‘안목자본’이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슬로건은 ‘알파 쉽(ALPHA SHEEP)’이다. 2027년 정미년 양의 해에서 착안했지만 의미는 무리를 따라가는 양의 이미지와 반대에 가깝다. 시류에 휩쓸리기보다 자신의 판단으로 방향을 정하고 먼저 실행하는 개인과 기업이 되자는 의미를 담았다.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기술 변화가 동시에 빨라지면서 과거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반복하는 전략은 위험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누구보다 빨리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판단하고, 낮아진 실행 비용을 활용해 먼저 시도하며,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인간의 감각과 책임을 결과에 남기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2027년의 변화는 기술 활용 경쟁이 판단과 실행 경쟁으로 확장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2027년 변화의 축핵심 키워드소비자·기업에 나타나는 변화

삶과 소비 권태사회·라이프 ROI·저장인류·하프시그널 자극 과잉, 효율 계산, 일상 데이터 축적, 중년 소비층 확대
제품과 고객 폼팩터 시프트·리:텐션 전략 스펙 경쟁에서 사용 방식 혁신으로 이동, 신규 확보보다 기존 고객 유지 강화
일과 실행 바이브 워킹·해봄경제 AI에 맞춘 업무 재설계, 개인과 소규모 조직의 실행비용 하락
인간 경쟁력 휴먼엣지·안목자본 사람의 손길·판단·취향·선택 능력의 가치 상승
전체 방향 ALPHA SHEEP 시류 추종보다 독립적 판단과 빠른 실행을 중시



자극은 넘치는데 재미는 없다, ‘권태사회’가 소비의 출발점이 된다

2027년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권태사회’다. 과거의 권태가 할 일이 없고 자극이 부족해서 생기는 ‘결핍형 권태’였다면 지금의 권태는 지나치게 많은 자극과 선택지가 만들어내는 ‘과잉형 권태’에 가깝다. 유튜브 쇼츠와 SNS, 게임, OTT 등은 하루의 빈 시간을 거의 남겨두지 않는다. 신호를 기다리거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스마트폰을 확인하면서 하루 종일 무언가를 보고 듣고 소비하지만, 정작 하루를 돌아봤을 때 재미있거나 의미 있었다고 기억할 경험은 부족해지는 역설이 나타난다.

OTT 콘텐츠를 시청하면서도 ‘더 재미있는 것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며 다른 콘텐츠를 찾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콘텐츠가 부족해서 지루한 것이 아니라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에 현재 선택한 것에 충분히 몰입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하루를 분주하게 보내지만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 것도 같은 흐름에 속한다. 소비자의 시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더 강한 자극을 제공하는 방식만으로 만족도를 높이기 어려워지는 이유다.

이런 환경에서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과 하나의 경험에 집중하는 시간이 희소해진다. 기업에도 같은 문제가 적용된다. 콘텐츠와 프로모션의 양을 계속 늘리는 것보다 고객이 실제로 기억할 경험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더 많은 자극을 공급하는 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자신의 시간과 관심을 투자할 이유를 만드는 방향으로 고객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권태사회의 변화과거2027년형 변화

권태의 원인 자극과 할 일 부족 자극과 선택지 과잉
소비 환경 콘텐츠 부족 쇼츠·SNS·게임·OTT의 상시 공급
소비자 문제 무료함 해소 몰입과 의미 부족
기업 과제 새로운 자극 제공 기억에 남는 경험과 집중할 이유 제공

모든 선택에 수익률을 계산한다, ‘라이프 ROI’가 소비와 관계까지 바꾼다

권태가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면 ‘라이프 ROI’는 소비자의 판단 방식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투자수익률을 뜻하는 ROI가 금융과 기업 경영을 넘어 개인의 시간과 돈, 취미, 인간관계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제품이 비싼지 싼지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사용한 돈과 시간에 비해 자신이 얻는 만족이 충분한지를 계산한다. 일상에서도 “ROI가 안 나온다”, “ROI를 높여야 한다”와 같은 투자 관련 표현이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배경이다.

팬덤 소비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다. 유료 팬 사인회와 같은 서비스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분초 단위로 계산하는 행동은 감정적 소비조차 비용 대비 편익의 관점에서 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소비를 중단하고, 인간관계에서도 자신에게 계속 손해를 준다고 판단하면 ‘손절’이라는 투자 용어를 적용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만으로 고객의 반복 구매를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고객이 지불한 비용뿐 아니라 시간과 노력까지 포함해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다만 모든 삶을 ROI로 평가하는 태도에는 한계가 있다. 큰 성취가 매 순간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선택의 결과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 경험과 실패, 장기간의 학습이 뒤늦게 중요한 자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 효율을 추구하되 모든 선택을 즉각적인 손익으로 환산하지 않는 균형이 개인에게 필요한 이유다.

 

신규 고객을 사오는 성장의 한계, ‘리:텐션 전략’이 실적을 좌우한다

라이프 ROI가 강해질수록 기업에는 더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고객 역시 자신의 소비 수익률을 끊임없이 평가하기 때문에 브랜드를 떠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인구 감소와 저성장이 겹치면서 새로운 소비자를 계속 확보하는 전략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발표에서 제시된 주요 플랫폼 업체의 신규 고객 유치 비용은 건당 1만5000~2만원 수준이다. 할인이나 가입 혜택을 받은 뒤 바로 이탈하는 체리피커까지 늘어나면 고객 숫자를 늘리는 데 투입한 비용이 장기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리:텐션 전략’은 고객 획득보다 고객 유지에 무게를 두는 접근을 강조한다. 핵심은 고객에게 더 많은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경쟁 서비스로 이동했을 때 이전에 누렸던 편리함이나 세심한 서비스를 잃었다고 느끼게 하는 ‘역체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백화점의 수박 손질 서비스처럼 번거로운 과정을 대신 처리해주는 경험은 가격과 별개로 고객이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편의성을 만든다.

정서적 ‘환대’도 고객 유지의 수단이 된다. 리츠칼튼 호텔이 고객이 객실에 두고 간 애착 인형을 사진과 함께 돌려보낸 사례는 서비스가 거래 종료와 함께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객이 예상하지 못한 배려를 경험하면 브랜드에 대한 기억은 가격이나 포인트를 넘어 감정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신규 고객을 데려오기 위해 광고비와 할인비를 계속 늘리는 것보다 이미 관계를 맺은 고객이 떠날 이유를 줄이는 것이 성장의 중요한 축이 되는 배경이다.

리:텐션 전략의 변화기존 성장 방식새로운 접근

핵심 목표 신규 고객 확대 기존 고객 유지
주요 수단 광고·가입 할인·프로모션 편의성·환대·지속적인 관계
주요 위험 높은 고객 획득 비용 기존 고객의 잦은 이탈
대표 접근 신규 가입 혜택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느끼는 ‘역체감’ 설계
성과 관점 가입자 수 장기 이용과 반복 구매

성능 경쟁이 평준화되면 제품의 ‘형태’를 바꿔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고객을 유지하는 전략과 함께 제품에서는 ‘폼팩터 시프트’가 중요해진다. 세제의 세척력, TV의 화질, 스마트폰의 처리 속도처럼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성능은 계속 개선되고 있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차이는 점차 줄어들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은 기능 하나를 추가하는 대신 제품의 물성과 구조, 사용 방법을 바꿔 새로운 구매 이유를 만들어낸다. 기술 혁신의 초점이 ‘얼마나 성능이 좋아졌는가’에서 ‘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게 만들 것인가’로 넓어지는 것이다.

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형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액체 대신 고체로 사용하는 샴푸, 칫솔에 짜는 방식에서 벗어나 씹어서 사용하는 알약 치약, 국물을 내기 쉽게 만든 코인 육수,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비타민, 손목 등에 문질러 사용하는 스틱형 향수 등이 대표적이다. 접을 수 있는 캐리어나 이동성을 높인 가전 역시 제품의 기능 자체보다 보관과 이동, 사용 장소를 바꾸는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이동형 TV ‘스탠바이미’와 내용물을 쉽게 짜낼 수 있도록 거꾸로 세우는 소스 용기도 소비자의 행동을 제품 설계가 바꾼 사례다.

폼팩터 혁신은 이미 익숙한 시장에서도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는 샴푸나 치약, TV가 무엇인지 다시 배울 필요가 없다. 대신 기존 제품에서 불편했던 사용 과정이나 보관 방식, 휴대성에 변화가 생기면 같은 카테고리에서도 새로운 구매 이유가 생긴다. 제품 기능의 상향 평준화가 진행될수록 기업의 제품 개발 조직이 성능뿐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을 집고, 열고, 사용하고, 보관하는 전체 행동을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폼팩터 시프트 사례바뀌는 요소소비자 경험의 변화

고체 샴푸 액체 → 고체 보관·휴대 방식 변화
알약 치약 짜는 방식 → 씹는 방식 사용 행동 변화
코인 육수 액상·분말 → 고형 조리 편의성 확대
패치형 비타민 섭취 → 부착 건강관리 방식 변화
스틱형 향수 분사 → 도포 휴대·사용 방식 변화
이동형 TV 고정 설치 → 이동 시청 장소의 제약 축소

AI를 많이 쓰는 회사보다 업무 자체를 다시 설계한 회사가 앞선다

기업의 AI 활용은 ‘바이브 워킹’이라는 키워드로 구체화된다.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를 도입했지만 직원 개인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과 회사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직원이 AI로 기획안을 작성하고 상사가 다시 AI에게 기획안의 결점을 찾도록 한 뒤, 직원이 그 지적을 AI에 입력해 답변을 만드는 ‘AI 핑퐁’이 반복된다면 AI 사용량은 늘어도 조직의 업무 구조는 달라지지 않는다.

바이브 워킹의 핵심은 사람이 기존 업무를 수행하면서 중간중간 AI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데 있다. 업무를 AI가 읽고 처리하기 좋은 형태로 나누고, 필요한 단계에는 AI 에이전트를 연결하며, 사람은 전체 과정의 방향과 결과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업무 흐름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기존 보고 체계와 결재 단계, 역할 분담을 그대로 유지한 채 AI 도구만 추가하면 오히려 검토 과정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AI 제품을 도입했느냐보다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조직 구조와 업무 방식을 얼마나 바꿨느냐다. 이는 기업의 AI 경쟁력이 소프트웨어 구매 예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어느 업무를 사람이 맡고 어느 업무를 AI에 넘길지, 사람이 어느 단계에서 판단하고 책임질지까지 업무 구조에 반영해야 실제 생산성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

실행 비용이 낮아지면서 ‘무엇을 아는가’보다 ‘무엇을 해봤는가’가 중요해진다

AI는 조직뿐 아니라 개인의 실행 방식도 바꾸고 있다. ‘해봄경제’는 아이디어를 실제 결과물로 옮기는 비용이 크게 낮아진 환경을 설명한다. 과거에는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작가와 성우, PD, 작곡가, 디자이너 등 여러 전문 인력이 필요했다면 생성형 AI는 글과 이미지, 음성, 음악, 효과음 제작 과정의 상당 부분을 개인이 직접 다룰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방송작가 출신 인물이 AI 음성과 음악, 효과음을 이용해 혼자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새로운 창작 영역에 도전한 사례도 등장했다. 중요한 변화는 AI가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데 있지 않다.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처음부터 큰 조직과 비용을 준비해야 했던 장벽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먼저 만들어보고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 뒤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고, 전문 인력이 필요해지는 시점에 사람을 투입하는 방식이 가능해졌다.

실행 비용이 낮아진 변화는 창업과 신사업 개발에도 적용된다.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과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본 사람 사이의 거리가 짧아질수록 기획만 오래 하는 전략의 가치는 낮아질 수 있다. AI가 많은 사람에게 비슷한 제작 도구를 제공한다면 경쟁력은 도구의 보유 여부보다 얼마나 빨리 시도하고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는지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진다.

해봄경제의 변화과거AI 범용화 이후

아이디어 검증 인력·예산 확보 후 실행 작은 비용으로 먼저 제작
콘텐츠 제작 다수 전문가 협업 필요 개인이 여러 제작 단계 수행 가능
실패 비용 상대적으로 큼 빠른 수정과 재시도 가능
경쟁력 자원 확보 능력 실행 경험과 반복 속도

AI가 잘 만들수록 사람의 흔적이 비싸진다, ‘휴먼엣지’가 새로운 차별화 요소가 된다

AI가 결과물을 빠르고 매끄럽게 만들어낼수록 사람이 직접 참여했다는 흔적이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휴먼엣지’는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판단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손길이 들어갔는지가 결과물의 가치에 포함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완성도 높은 이미지와 글, 음악을 빠르게 생성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결과물의 외형적 품질만으로 인간과 AI를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소비자는 제작 과정과 창작자의 이야기를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명품 패션업계가 장인의 제작 공정을 공개하고 공방에서 실제 제작하는 모습을 브랜드 경험으로 보여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가죽이 오랜 사용을 거치면서 색과 질감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파티나 현상 역시 완벽하게 균일한 제품과 다른 가치를 제공한다. 시간이 지나야 만들어지는 흔적과 사람의 손을 거친 불균일성이 오히려 프리미엄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기업에는 제품과 콘텐츠의 최종 결과만 보여주는 마케팅에서 제작 과정과 사람의 역할까지 보여주는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해진다. AI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것이 핵심은 아니다. AI가 참여하더라도 어떤 판단을 사람이 내렸으며 최종 결과에 누가 책임을 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인간의 역할은 모든 것을 직접 제작하는 사람에서 방향을 선택하고 결과의 품질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시대의 희소자원은 정보가 아니라 ‘안목’이다

휴먼엣지와 연결되는 또 하나의 핵심은 ‘안목자본’이다. 생성형 AI가 많은 대안을 빠르게 제시할 수 있게 되면서 아이디어와 결과물의 공급량 자체는 크게 늘었다. 문제는 무엇이 좋은지 판단하는 능력까지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AI가 여러 개의 문장과 디자인, 전략을 제시해도 사용자가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구별하지 못하면 선택의 질은 높아지기 어렵다.

미술관에서 작품 사진만 찍는 대신 자신이 작품을 보고 느낀 점을 먼저 글로 적고, 이후 전문가의 평가를 확인한 다음 작품을 다시 보는 방식은 안목을 키우는 훈련의 한 사례다. 패션 브랜드 더 로우가 파리 패션쇼에서 참석자의 스마트폰 촬영을 제한하고 메모장과 연필을 제공한 사례도 같은 방향을 보여준다. 화면에 저장하고 SNS에 공유하는 행동보다 옷의 실루엣과 소재를 직접 관찰하도록 유도하면서 브랜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적 감각을 경험하게 만든 것이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AI가 작성한 글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사용자가 먼저 좋은 글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인 글쓰기 역량이 있으면 AI가 제시한 표현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한 문장을 선택할 수 있지만, 기준이 없다면 AI가 내놓은 결과가 모두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다. AI가 더 좋아질수록 인간의 인지 능력이 필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버릴지 판단하는 능력의 가치가 높아지는 구조다.

AI 시대 인간 경쟁력핵심 의미기업·개인에게 필요한 변화

휴먼엣지 사람의 손길·과정·책임 제작 과정과 인간의 판단을 가치로 전환
안목자본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는 능력 관찰·판단·편집 역량 강화
해봄경제 낮아진 실행비용을 활용한 경험 빠르게 만들고 시험하며 수정
바이브 워킹 사람과 AI의 업무 연결 도구 도입보다 업무 구조 재설계

기록을 선별하던 시대에서 모든 것을 저장한 뒤 검색하는 시대로 이동한다

‘저장인류’는 데이터 비용과 검색 기술의 변화가 개인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필름 카메라 시대에는 무엇을 찍을 것인지 먼저 판단해야 했다. 촬영할 수 있는 장수가 제한됐고 저장과 인화에도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저장 공간이 커지고 클라우드와 AI 검색이 발달하면서 행동의 순서가 뒤집혔다. 이제는 먼저 저장하고 나중에 필요한 것을 찾는다.

저장 대상도 사진에 머물지 않는다. 회의와 수업, 방문 장소, 음식, 대화, 운동 경로와 건강 정보까지 일상의 많은 부분이 데이터로 남는다. 개인은 기억해야 할 정보를 머릿속에서 선별하기보다 디지털 공간에 일단 축적한 뒤 필요할 때 검색하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 AI 검색이 발전할수록 방대한 개인 기록에서 필요한 순간을 다시 찾아내는 비용도 낮아진다.

이 변화는 기업에도 새로운 과제를 만든다. 소비자의 구매 경험이 한 번의 거래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검색 가능한 기록으로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와 제품을 경험한 순간이 사진과 리뷰, 구매 이력 등과 함께 장기간 남는다면 고객 경험의 수명도 길어진다.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할 때 소비자의 현재 경험뿐 아니라 나중에 다시 검색되고 비교될 경험까지 고려해야 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X세대의 갱년기가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들어온다

‘하프시그널’은 갱년기를 쇠퇴의 시작이 아니라 인생의 중간 지점에서 나타나는 변화 신호로 바라본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갱년기 이후에도 상당한 기간의 경제활동과 소비생활이 이어진다. 특히 X세대가 본격적으로 이 시기에 들어서면서 갱년기는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기업이 살펴봐야 할 소비자 변화로 확대되고 있다.

가정과 직장에서도 변화가 겹친다. 부모의 갱년기와 자녀의 사춘기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고 비슷한 연령대의 부부가 함께 갱년기를 경험할 수도 있다. 여기에 고령 부모 부양까지 겹치면 중년층은 자신의 신체 변화와 자녀 양육, 부모 돌봄, 직장생활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가정에서 상당한 구매력을 가진 세대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건강관리와 셀프케어, 식품, 뷰티, 여행, 금융, 복지 등 여러 산업에서 새로운 수요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 내부에서도 하프시그널은 소비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장생활 기간이 길어지면서 조직 안에서 갱년기를 경험하는 직원도 늘어난다. 중년 인력을 조직의 핵심 구성원으로 유지하려면 생애주기에 맞춘 복지와 건강관리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년과 고령층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덜 세분화됐던 중년층을 하나의 거대한 집단으로 보는 대신 신체와 가족, 직업 변화가 겹치는 구체적인 생활 단계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

 

2027년 경쟁의 핵심은 AI 보유가 아니라 판단하고 실행하는 능력이다

2027년 10대 키워드를 관통하는 변화는 AI가 얼마나 발전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이 아니다. AI가 이미 생활과 업무의 기본 도구가 된 환경에서 소비자와 기업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가 중심이다. 소비자는 넘치는 자극 속에서 권태를 느끼고 모든 선택의 ROI를 계산한다. 기업은 비싼 비용을 들여 새로운 고객을 계속 데려오기보다 기존 고객이 떠나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제품에서는 성능을 조금 더 높이는 경쟁보다 형태와 사용 행동을 바꾸는 혁신이 중요해지고, 조직에서는 AI 소프트웨어를 추가하는 것보다 업무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개인의 경쟁 방식도 달라진다. AI 덕분에 무엇인가를 만들어보는 비용이 낮아지면 아이디어를 오래 보유하는 것보다 실제로 시험해본 경험이 중요해진다. 동시에 누구나 높은 완성도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되면 인간이 직접 판단한 흔적과 취향, 책임은 오히려 희소해진다. ‘해봄경제’, ‘휴먼엣지’, ‘안목자본’이 서로 연결되는 이유다. 실행은 쉬워졌지만 무엇을 실행할지 결정하는 일까지 쉬워진 것은 아니다.

‘알파 쉽’이라는 슬로건은 이런 변화를 압축한다. AI가 더 많은 선택지를 만들고 알고리즘이 다음 행동을 추천하는 환경에서는 무리를 따라가는 것도 이전보다 쉬워진다. 그러나 같은 도구를 수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시장에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도구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거절하며, 무엇을 먼저 실행하는가다. 자신의 안목으로 가능성을 판단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2027년의 경쟁력을 AI 도입 여부로만 판단하면 변화의 핵심을 놓칠 수 있다. 제품의 형태를 바꿀 것인지,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오래 유지할 것인지, AI에 맞춰 업무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 사람이 담당해야 할 판단과 책임을 어디에 남길 것인지가 더 구체적인 경영 과제가 된다. 기술과 품질이 빠르게 상향 평준화되고 실행비용까지 낮아지는 시장에서는 남들이 검증한 방식을 빠르게 복제하는 전략만으로 차이를 만들기 어렵다.

결국 2027년의 ‘알파’는 가장 좋은 AI를 가진 사람이나 가장 많은 기술을 도입한 기업을 뜻하지 않는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자신의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으로 선택하며, 작은 비용으로 먼저 실행하고, 결과에 인간의 판단과 책임을 남기는 개인과 조직에 가깝다. AI가 무엇이든 만들어주는 시대가 가까워질수록 경쟁의 질문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에서 ‘무엇을 만들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가’로 이동한다. 2027년 소비시장과 기업 전략을 가르는 차이는 그 판단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속도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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