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전략/2027년트렌드

2027년 소비자는 왜 ‘가장 좋은 것’보다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가 - 2027 트렌드모니터-

Marketcast 2026. 9. 30. 14:32

AI가 최적의 답을 늘릴수록 소비자는 자기 기준을 더 세밀하게 만든다

가격이 가장 싼 상품, 성능이 가장 뛰어난 제품, 리뷰 점수가 가장 높은 서비스가 반드시 선택받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2027년 소비를 이해하는 질문은 ‘무엇이 가장 좋은가’보다 ‘지금 나에게 무엇이 가장 잘 맞는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선택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상품과 콘텐츠가 넘쳐나고 AI와 알고리즘까지 개인에게 끊임없이 최적의 답을 제안하면서 소비자는 더 많은 선택지를 손에 넣었다. 문제는 평균적으로 좋은 답과 나에게 좋은 답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데 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드센터가 내놓은 《2027 트렌드모니터》는 이런 변화를 ‘영점(零點)소비’라는 개념으로 묶는다. 소비자가 자신의 상황과 취향, 필요에 가장 잘 맞는 지점을 일종의 영점으로 설정하고 그 기준에 들어오는 대상에는 적극적으로 돈과 시간을 쓰는 반면, 기준에서 벗어난 선택에는 자원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공식 소개에서도 2027년을 예상 밖의 손실은 줄이고 지금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하나에 집중하는 ‘영점소비’의 시대로 정의한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는 소비 규모보다 자원 배분 방식이다. 소비자는 무조건 아끼지도 않고 무조건 과감하게 지출하지도 않는다. 자신에게 가치가 낮은 영역에서는 극도로 효율을 따지면서도 취향과 감정, 경험이 걸린 영역에서는 가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출을 한다. 건강과 자기계발에서도 모든 지표를 고르게 개선하려 하기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한두 가지 목표를 골라 집중한다. 관계나 결혼, 콘텐츠 선택에서는 만족도를 높이는 것만큼 실패와 후회의 가능성을 줄이는 데 관심을 둔다. 소비의 중심에 ‘최대화’가 아니라 ‘정확도’가 들어오기 시작한 셈이다.


《2027 트렌드모니터》가 제시한 마이-파이(My-fi), 언클리셰(Un-cliché), BPM 이코노미, 스탯 맥싱(Stat Maxxing), 확률주의 생존법은 겉으로 보면 서로 다른 현상을 설명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자신만의 기준점을 찾고 제한된 시간과 돈, 관심과 감정을 어디에 집중할지 결정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2027년 기업이 상대해야 할 소비자는 ‘더 좋은 상품’을 무조건 찾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선택을 빠르게 제거하고, 맞는다고 판단한 대상에는 자원을 집중하는 사람이다.

핵심 변화2027년 소비 기준소비 행동의 변화기업이 확인해야 할 질문

영점소비 나에게 얼마나 정확하게 맞는가 선택적 집중이 강해진다 우리 상품은 누구에게 정확히 맞는가
마이-파이 내 상황과 가치관에 맞는가 사회적 공식과 유행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 고객별 선택 기준을 얼마나 세밀하게 설명하는가
언클리셰 예상하지 못한 재미가 있는가 익숙한 상품의 낯선 조합에 반응한다 브랜드의 익숙함을 해치지 않고 새로움을 만들 수 있는가
BPM 이코노미 내 마음을 얼마나 움직이는가 취향과 경험에는 높은 비용도 감수한다 가격·성능 외에 감정적 구매 이유가 있는가
스탯 맥싱 지금 나에게 필요한 목표인가 한두 개의 측정 가능한 목표에 집중한다 고객의 구체적인 개선 목표를 지원하는가
확률주의 생존법 실패와 후회를 얼마나 줄이는가 예측 가능성과 확실성을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구매 전 불확실성을 얼마나 제거하는가

사회의 정답보다 자신의 기준을 따지는 ‘마이-파이’가 강해진다

영점소비의 출발점은 자신의 기준을 정하는 일이다. 마이-파이는 사회가 정해 놓은 공식이나 빠르게 확산하는 유행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현재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찾으려는 태도를 설명한다. 여기에는 무조건 기존 질서를 거부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 지금도 유효한 상식은 받아들이되 과거에는 당연했지만 현재의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 관습과 고정관념을 다시 검토하는 쪽에 가깝다. 다수가 선택한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지 않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변화의 범위는 상품 구매를 넘어 삶의 의사결정으로 넓어진다. 결혼식과 장례식, 직장 생활과 승진처럼 오랫동안 정형화된 절차와 기준이 존재했던 영역에서도 개인의 사정과 가치관에 맞춰 선택지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남들도 이렇게 한다’는 말이 선택을 뒷받침하는 강한 근거였다면, 이제는 ‘나에게도 필요한가’를 한 번 더 묻는다. 유행을 모르는 것이 뒤처짐을 의미했던 시기와 달리 유행을 알면서도 따르지 않는 선택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이다.

AI의 확산은 이런 흐름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 알고리즘은 수많은 이용자의 행동을 분석해 구매 가능성이 높은 상품과 콘텐츠를 빠르게 추천한다. 생성형 AI 역시 복잡한 정보를 정리하고 비교하면서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다. 하지만 추천의 효율이 높아질수록 소비자가 직면하는 새로운 문제도 생긴다. 데이터상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개인의 감정이나 현재 상황까지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AI가 평균적인 최적화를 담당할수록 사람은 자신만이 알고 있는 조건을 선택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집어넣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중적인 정답을 제시하는 방식만으로 고객을 설득하기 어려워진다. 시장점유율 1위, 가장 많이 팔린 상품, 업계 최고 수준의 기능 같은 메시지는 여전히 의미가 있지만 구매를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그다음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이 제품이 나에게 왜 맞는가’라는 질문이다. 브랜드는 상품의 우수성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생활 조건과 취향, 사용 목적을 가진 사람에게 적합한지 더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영점소비 시대의 개인화는 이름을 넣은 메시지를 보내는 수준보다 고객이 자기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문제에 가깝다.

AI가 완벽한 결과를 만들수록 ‘언클리셰’의 낯선 재미가 상품이 된다

AI 시대의 또 다른 역설은 완성도와 재미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AI가 이미지와 문장, 음악과 영상의 평균적인 완성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면 소비자가 접하는 결과물의 품질도 전반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높은 완성도가 흔해지면 ‘잘 만든 것’만으로 관심을 얻기는 어려워진다. 예상할 수 있는 결과보다 조금 어긋나고 낯설며 뜻밖의 조합을 가진 결과물이 기억에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2027 트렌드모니터》는 이런 소비 감각을 언클리셰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언클리셰의 핵심은 새로움 자체가 아니다.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대상이 예상하지 못했던 맥락으로 이동하면서 생기는 재미에 가깝다. 편의점이라는 일상적인 유통 공간에서 명품을 만나거나, 대중에게 익숙한 정상급 배우가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B급 감성의 역할과 콘텐츠에 참여하는 식이다. 소비자는 대상 자체를 처음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낯선 상황에서도 맥락을 빠르게 이해한다. 동시에 기존 이미지와 새로운 조합 사이의 간격에서 재미를 느낀다.

이런 전략은 브랜드에도 중요한 과제를 남긴다.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브랜드 자산을 어떤 예상 밖의 맥락에 배치할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오랜 브랜드일수록 축적된 이미지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언클리셰를 만들 수 있는 재료도 풍부하다. 다만 무관한 요소를 억지로 결합한다고 재미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기존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예상에서 벗어났다는 감각도 성립한다. 소비자가 알고 있는 브랜드의 성격과 새로운 조합 사이의 거리 조절이 관건이다.

AI가 평균적인 콘텐츠 생산비를 낮추는 환경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 커질 수 있다. 제작 기술 자체가 경쟁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시장에서는 높은 완성도가 진입장벽으로 기능했다. 생성 비용이 떨어지면 완성도는 기본 조건에 가까워지고 무엇을 조합하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기업의 창의성 경쟁도 제작 역량만으로 결정되기보다 소비자가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계하는가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진다.

가격과 성능은 AI가 비교하고 소비자는 ‘심박수’를 기준으로 지갑을 연다

소비의 양극화는 비싼 상품과 싼 상품의 대립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2027 트렌드모니터》는 가격과 스펙을 비교하는 영역은 AI에 맡기고, 소비자가 직접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은 영역에는 감정적 가치를 더 크게 부여하는 방향으로 소비가 나뉠 가능성을 제시한다. 효율적으로 처리해도 괜찮은 영역은 ‘무감 소비’에 가까워지고, 취향과 애착이 개입하는 영역에서는 ‘진심 소비’가 강해지는 구조다.

디저트와 팬덤 소비는 이를 이해하기 쉬운 사례다. 인기 디저트를 사려고 오랫동안 줄을 서거나 좋아하는 캐릭터와 아이돌의 굿즈에 상당한 금액을 쓰는 행동은 가격과 시간 효율만 계산하면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소비자가 구매 과정에서 얻는 기대감과 참여감, 취향 표현과 소속감까지 계산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상품의 물리적 기능만이 아니라 그 상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과 경험이기 때문이다.

BPM 이코노미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BPM은 심박수를 뜻하는 표현을 빌려 가격이나 사양 외에 ‘얼마나 마음을 뛰게 만드는가’를 소비의 주요 기준으로 바라본다. AI가 검색과 비교, 최저가 탐색처럼 계산 가능한 작업을 대신할수록 인간이 직접 개입하는 소비에서는 감정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효율을 AI가 담당한다고 해서 인간의 소비가 모두 합리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효율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영역에서 취향과 애착을 더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공식 소개 역시 AI 시대의 새로운 소비 지표로 BPM을 별도의 장으로 다루고 있다.

기업에는 가격 경쟁과 감정 경쟁을 구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소비자가 기능적으로 처리하는 상품이라면 검색 편의성, 가격, 배송, 비교 가능성 같은 요소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반대로 진심 소비가 발생하는 영역에서는 최저가가 반드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아니다. 브랜드 세계관과 희소성, 팬덤, 오프라인 경험, 한정판, 참여 과정처럼 구매 전후의 감정을 높이는 요소가 가격 이상의 가치를 만들 수 있다. 모든 제품을 감성적으로 포장하기보다 고객이 어느 영역에서 효율을 원하고 어느 영역에서 감정을 원하는지 구분하는 작업이 먼저다.

자기관리도 모든 능력치를 높이는 방식에서 필요한 목표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영점소비는 물건을 사는 행위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게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방식에도 같은 논리가 들어온다. 스탯 맥싱은 건강, 운동, 수면, 외모, 학습, 자기계발 등 여러 영역을 동시에 개선하려는 방식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한두 가지 능력치를 골라 집중적으로 높이는 태도를 말한다.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소비에서 자기관리로 옮겨온 형태다.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건강하게 살겠다’거나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포괄적인 목표보다 ‘수면 점수를 85점으로 만들겠다’, ‘골격근량을 1kg 늘리겠다’처럼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선호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지표를 평균 이상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다. 지금 자신의 생활에서 개선 효과가 가장 큰 항목을 찾고 거기에 시간과 비용을 배분한다. 타인의 기준과 경쟁하기보다 자신의 기준선을 세우고 변화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2027 트렌드모니터》의 공개 소개에서도 스탯 맥싱을 모든 것을 잘하기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능력치에 집중하는 자기관리로 설명한다.

웨어러블 기기와 건강관리 앱, 운동 기록 서비스가 일상으로 들어온 환경도 이런 소비를 뒷받침한다. 과거에는 몸 상태나 생활 습관을 막연한 느낌으로 판단했다면 이제는 수면 시간과 운동량, 심박수, 체성분 등 다양한 수치를 개인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측정할 수 있는 항목이 늘어날수록 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개선하고 싶은지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수치를 관리하려 들면 또 다른 피로가 생긴다. 그래서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역설적으로 ‘어떤 숫자를 무시할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이 시장에서 기업이 제공해야 할 가치도 달라진다. 막연하게 건강이나 성장을 약속하는 서비스보다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자신의 효용을 설명하기 쉽다. 고객에게 가능한 모든 기능을 보여주는 것보다 현재 고객이 원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거기에 필요한 기능을 앞세우는 편이 영점소비와 맞는다. 개인화의 경쟁력도 추천의 양이 아니라 목표를 얼마나 정확하게 좁혀주는가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보다 실패할 선택을 먼저 제거한다

다섯 흐름 가운데 영점소비의 위험관리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개념이 ‘확률주의 생존법’이다.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 하나의 절대적인 정답을 찾기보다 작은 선택을 이어가면서 손실 가능성을 관리하고, 자신에게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큰 선택은 처음부터 후보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2027 트렌드모니터》는 이를 불확실성이 커진 AI 시대의 생존 전략으로 제시하며 자신의 주파수와 심박수에 맞춰 작은 시도를 지속하고 위험을 통제하는 행동과 연결한다.

총액이 정해진 가성비 예식을 선택하거나 결말을 미리 알고 콘텐츠를 소비하고, 감정 소모 가능성이 높은 관계는 시작 단계부터 피하려는 행동은 분야는 다르지만 같은 계산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소비자는 최고의 결과를 얻을 확률만 높이려 하지 않는다. 후회할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를 미리 제거해 최악의 결과가 발생할 범위를 좁히려 한다. 선택지가 무한히 늘어난 시대에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는 비용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를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현상으로만 보면 소비자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소비자는 돈뿐 아니라 시간과 감정, 주의력까지 비용으로 계산한다. 값싼 상품이라도 실패 가능성이 높으면 구매하지 않을 수 있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결과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만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지출할 수 있다.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가성비의 분모에는 가격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 탐색 과정, 반품과 교환의 번거로움, 실패했을 때의 후회까지 포함된다.

기업이 줄여야 하는 것도 가격만은 아니다. 상세한 상품 정보, 실제 사용 환경을 보여주는 콘텐츠, 정확한 리뷰, 체험 서비스, 쉬운 환불, 명확한 가격 체계, 구매 후 지원은 모두 소비자가 느끼는 실패 확률을 낮추는 장치다. 추천 시스템 역시 상품을 많이 노출하는 것보다 맞지 않는 상품을 얼마나 잘 제외하는지가 중요해질 수 있다. 선택지가 많다는 사실 자체보다 ‘내가 실패할 가능성이 낮다’는 확신이 구매를 움직이는 시장에서는 신뢰가 곧 거래 비용을 낮추는 기능을 한다.

영점소비는 절약이 아니라 자원을 쓰는 위치를 더 정확하게 고르는 소비다

마이-파이에서 소비자는 자기 기준을 세우고, 언클리셰에서는 예상 밖의 재미를 찾는다. BPM 이코노미에서는 감정을 움직이는 대상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며, 스탯 맥싱에서는 자신에게 필요한 목표에 자원을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확률주의 생존법에서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선택을 제거한다. 다섯 키워드를 연결하면 2027년 소비자의 행동 원리가 비교적 선명해진다. 소비자는 더 많이 소유하려 하기보다 어디에 집중할지를 결정하는 데 공을 들인다.

이 때문에 영점소비를 불황형 절약 소비와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변화의 절반밖에 보지 못한다. 소비를 줄이는 영역과 늘리는 영역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영역에서는 AI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탐색 비용을 줄이고 가성비를 철저하게 따지는 반면, 취향과 감정이 걸린 영역에서는 시간과 돈을 더 많이 쓸 수 있다. 소비 총액만 보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자원 배분의 기준을 보면 일관된 행동이다. 중요하지 않은 곳에서 아낀 자원을 자신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영역으로 옮기는 것이다.

기업이 기존의 평균 고객을 전제로 시장을 바라볼수록 이 변화를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 모든 소비자에게 적당히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전략과 특정 고객의 영점을 정확하게 겨냥하는 전략 사이의 차이가 커질 수 있어서다. 상품 기획 단계에서는 타깃 고객이 원하는 기능뿐 아니라 포기해도 되는 기능을 알아야 한다. 마케팅에서는 브랜드가 좋다는 메시지보다 어떤 사람의 어떤 상황에서 좋은지를 보여줘야 한다. 고객 경험에서는 구매를 자극하는 장치만큼 잘못된 선택을 막아주는 정보와 장치가 중요해진다.

AI 활용 방식도 같은 관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개인화 추천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상품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은 영점소비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선택지의 증가가 아니라 선택 부담의 감소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상황과 목적을 파악해 후보를 줄이고, 각 선택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며, 구매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까지 알려주는 AI가 더 높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개인화의 성과를 클릭률만으로 평가하기보다 탐색 시간, 구매 후 만족도, 반품률, 재구매율처럼 ‘선택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지표와 함께 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7년 브랜드 경쟁은 고객의 ‘영점’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느냐에 달렸다

2027년 소비를 관통하는 변화는 소비자가 욕망을 잃거나 지갑을 닫는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무엇에는 돈을 쓰고 무엇에는 쓰지 않을지 경계선을 더 분명하게 긋는 현상에 가깝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하지 않고,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지 않으며, 다수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취향을 맞추지 않는다. 대신 지금 자신의 생활과 감정, 목표에 얼마나 정확하게 맞는지를 따진다.

AI는 이 흐름을 약화시키기보다 더 빠르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가격 비교와 정보 검색, 상품 탐색과 기본적인 추천을 AI가 담당할수록 소비자는 반복적인 판단에 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렇게 확보한 시간과 관심은 자신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택에 투입된다. 효율을 기계에 맡길수록 인간의 소비에서는 취향과 감정, 경험과 자기 기준이 더 선명해지는 구조다.

브랜드 전략도 이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가장 많은 기능을 제공하거나 가장 넓은 고객층을 겨냥하는 것이 언제나 유리하지 않다. 어떤 고객에게 어떤 이유로 정확하게 맞는지를 설명하고, 구매 과정의 불확실성을 낮추며,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순간에는 분명한 감정적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고객에게 모든 것을 주려는 브랜드보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덜어낼지 분명한 브랜드가 영점소비와 더 잘 맞는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2027년의 변화를 ‘영점’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점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하나의 기준점이 아니다. 사람마다 생활 조건과 경제 상황, 취향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영점도 달라진다. 기업에는 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평균으로 보는 방식보다 서로 다른 영점을 가진 고객을 얼마나 세밀하게 이해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 더 많은 선택도, 언제나 더 싼 가격도 아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선택을 빠르게 버리고 필요한 곳에 자원을 집중하며, 그 과정에서 후회와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2027년의 소비 경쟁은 그래서 ‘무엇을 더 줄 것인가’보다 ‘누구에게 무엇을 정확하게 맞출 것인가’에 가까워진다. 소비자의 지갑을 움직이는 기준도 가장 크고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이라는 외부의 정답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잘 맞는가.’ 그 질문에 얼마나 정확하게 답하느냐가 영점소비 시대의 브랜드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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