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대한민국 외식 산업은 고물가와 저성장이 고착화된 환경 속에서 근본적인 생존 전략의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삼성웰스토리는 9대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히 유행을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들이 불확실한 시장에서 어떻게 수익 구조를 재설계하고 고객 접점을 혁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전적 해법을 담고 있다.
검증된 자산과 정밀한 가격 설계, '수익 방어'의 핵심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시대에 기업들은 모험보다는 '검증된 성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인 ‘경력상품’은 과거 단종되었던 인기 상품을 재출시해 초기 개발비와 마케팅 리스크를 줄이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려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러한 효율 중심의 기조는 가격 정책에서도 정밀하게 나타난다. 지갑을 닫은 소비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 1원 단위까지 치밀하게 계산하는 ‘초미세가격’ 전략이 필수로 자리 잡았으며, 특정 국가의 변동성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네이션 밸런싱(Nation Balancing)’역시 기업의 기초 체력을 지키기 위한 핵심 방책으로 꼽혔다.
AI가 1차 고객이 되는 시대, 기술과 IP로 재편되는 유통 지형
마케팅과 유통 측면에서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B2AI(Business to AI)’의 부상이다. 이제 AI는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기업이 소비자에게 닿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1차 고객'이자 핵심 유통 채널로 재정의되었다. 소비자의 정보 탐색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AI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 최적화 전략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변수가 된 것이다.
동시에 정서적 몰입을 극대화하는 ‘IP-유니버스’ 전략도 강화된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함으로써, 파편화된 소비자들을 브랜드 팬덤으로 강력하게 결집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파편화된 라이프스타일과 외연의 확장
소비 패턴의 변화는 외식과 내식의 경계를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식사의 경제성을 고려해 집에서 즐기는 미식 상품이 늘어나는 ‘집밥경제’ 현상이 뚜렷해졌고, 초개인화된 생활 양식에 맞춰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데이 올라운더(All day All rounder)’ 전략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여기에 한국 식문화를 즐기려는 외국인 수요를 겨냥한 ‘K-푸드 투어’는 외식 산업의 무대를 글로벌 관광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업계 내부에서는 단순 매각(Exit)을 목표로 삼던 기업들이 사업 확장과 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근본적으로 제고하려는 ‘엑시프트(Exit+Shift)’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이익 실현보다는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업계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삼성웰스토리의 9대 키워드를 종합 분석해 볼 때, 2026년 외식 산업의 핵심은 더 이상 '맛'이라는 본원적 경쟁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기술이 깊숙이 침투하면서, 외식업은 일종의 '정밀 서비스 테크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효율의 정밀화: 1원의 전쟁과 리스크 관리
'경력상품'과 '초미세가격'은 기업들이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플레이션과 비용 상승이 상수가 된 시대에, 새로운 도전보다는 데이터 기반의 안정성을 택한 것이다. 1원 단위의 가격 설계는 이제 직관이 아닌 정교한 알고리즘의 영역으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채널의 주권 변화: AI가 소비를 결정하는 시대
가장 파괴적인 변화는 'B2AI'에 있다. 과거에는 검색 최적화(SEO)가 중요했다면, 미래에는 'AI 최적화(AIO)'가 마케팅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AI가 사용자의 취향을 학습해 메뉴를 추천하는 구조에서, 기업은 소비자보다 먼저 AI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거대한 문턱에 직면해 있다.
유연한 확장성: 공간과 국경을 넘는 비즈니스 모델
'집밥경제'와 '올데이 올라운더'는 물리적 매장이라는 공간적 제약을 허물고 있으며, 'K-푸드 투어'와 '네이션 밸런싱'은 비즈니스의 지평을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다. 이제 외식 기업은 특정 장소에서 음식을 파는 점포 운영자가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점유하는 콘텐츠 공급자로서의 정체성을 요구받는다.
결국 2026년의 외식 경영은 '리스크 최소화'와 '디지털 접점 선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고난도의 게임이 될 것이다. 기업은 기존 자산을 재평가하여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는 동시에, 마케팅 전략 수립 시 AI 유통 경로를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엑시프트'의 흐름에 맞춰 단기 성과보다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2026 K-외식 트렌드 9대 키워드
1. 경력상품 (Career Product)
과거 시장에서 인기가 검증되었으나 단종되었던 상품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출시하는 전략이다. 신제품 개발에 따르는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과 실패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소비자에게는 향수를, 기업에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불황기 특화형 상품 전략이다.
2. B2AI (Business to AI)
비즈니스의 대상을 인간 소비자에서 AI(인공지능)로 확장하는 개념이다. 소비자가 정보를 탐색하고 구매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AI 비서나 추천 알고리즘이 깊숙이 개입하면서, 기업은 AI에게 선택받기 위한 데이터 최적화 전략을 최우선으로 수립한다. 이제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반드시 공략해야 할 '1차 고객'이자 유통 채널로 기능한다.
3. K-푸드 투어 (K-Food Tour)
한국의 식문화 자체가 강력한 관광 콘텐츠로 부상한 현상을 의미한다. 단순히 유명 맛집을 방문하는 수준을 넘어 전통 한식부터 트렌디한 길거리 음식, 편의점 음식에 이르기까지 한국 고유의 식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행태를 반영한다.
4. 집밥경제 (Home-meal Economy)
지속되는 고물가로 인해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형성된 경제 구조다. 단순히 생존을 위한 끼니 해결을 넘어, 외식의 퀄리티를 집에서도 경제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돕는 HMR(가정간편식), RMR(레스토랑 간편식) 시장의 고도화를 포함한다.
5. 초미세가격 (Micro-pricing)
극도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공략하기 위해 1원 단위까지 세밀하게 설계된 가격 전략이다. 소비자가 가성비를 넘어 '초가성비'를 체감할 수 있도록 중량을 조절하거나 가격 구조를 세분화하여, 심리적 저항선을 무너뜨리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정밀한 가격 공학을 뜻한다.
6. 올데이 올라운더 (All day All rounder)
전형적인 식사 시간(점심, 저녁)의 경계가 사라진 초개인화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시간, 장소, 상황(T.P.O)에 구애받지 않고 하루 중 언제라도 고객이 원하는 형태의 식사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7. IP-유니버스 (IP-Universe)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브랜드만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단순한 캐릭터 협업을 넘어 브랜드의 서사를 가상과 현실 세계에 연결함으로써, 소비자가 브랜드의 스토리에 과몰입하게 만들고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여 브랜드 충성도를 극대화한다.
8. 네이션 밸런싱 (Nation Balancing)
특정 국가나 시장의 경제·정치적 상황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사업 비중을 분산하는 전략이다. 원재료 수급처를 다변화하거나 진출 국가를 전략적으로 분산하여, 외부 변수로 인한 리스크를 관리하고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9. 엑시프트 (Exit+Shift)
과거 외식 기업들이 단기 성과를 내어 회사를 매각(Exit)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본업의 본질적인 변화(Shift)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현상이다. 사업 확장, 디지털 전환, 운영 효율화 등 체질 개선을 통해 기업의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움직임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