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전략/2026년트렌드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6마케팅 전문가들이 주목한 라이프스타일 인사이트(이노션)
Marketcast
2025. 12. 28. 21:20
소비자 트렌드는 늘 변화해왔지만, 최근 몇 년간의 변화는 속도와 방향 모두에서 이전과는 결이 다르다. 정보는 넘쳐나고 기술은 고도화됐지만, 소비자는 오히려 더 신중해지고, 더 까다로워졌다. 무엇을 살 것인가보다 무엇을 경험할 것인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보다 누가 대신 정리해줄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이노션이 발표한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6』과 스페셜 리포트 ‘So Far So Cool 2026’은 이러한 변화를 단편적인 유행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바라본다. 놀이·일상·세상·마케팅이라는 네 개의 축, 16개의 키워드를 통해 이 보고서들이 공통적으로 짚는 것은 하나다. AI의 확장, 경험 중심 소비의 강화, 그리고 과잉 정보가 낳은 피로감이 맞물리며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문법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트렌드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덜 힘든 것’, ‘더 나답게 느껴지는 것’, ‘시간과 감정을 아껴주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AI와 과잉의 시대, 소비자는 왜 ‘대화’와 ‘큐레이션’을 선택하는가
변화의 출발점은 AI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AI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을 바꾸는 인터페이스로서의 AI다. 과거 소비자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수십 개의 결과를 비교하며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대학 신입생이 된 여자 조카에게 줄 선물”처럼 맥락을 담은 질문을 AI에게 던지고, 대화를 통해 추천을 받는다. 메신저에 탑재된 AI가 쇼핑 기능과 곧바로 연결되면서 탐색과 구매 사이의 간극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정보 과잉이 있다. 미국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가 말한 ‘선택의 역설’처럼,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만족도는 높아지기보다 오히려 떨어진다. 오늘날 소비자는 선택의 자유보다 선택의 피로를 더 크게 체감한다. 그 결과 모든 것을 직접 고르기보다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대신 정리된 선택지를 선호하게 됐다.
이러한 흐름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최근 문구 페어, 뷰티 페어, 라이프스타일 박람회가 높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한 행사 증가 때문이 아니다. 수많은 브랜드를 개별적으로 찾아다니는 대신, 한 공간에서 큐레이션된 형태로 보고, 만지고, 경험하며 효율적으로 판단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소비자는 이제 ‘많이 보는 경험’이 아니라 ‘잘 정리된 경험’을 원한다.
아래 표는 이 변화가 소비자 행동과 마케팅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정리한 것이다.
변화 요인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변화
| 변화 요인 |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 |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변화 |
| AI 일상화 | 검색보다 대화, 비교보다 추천 | 메시지보다 데이터 구조와 맥락 중요 |
| 정보 과잉 | 선택 회피, 피로 증가 | 큐레이션·정리 능력이 경쟁력 |
| 시간 가치 상승 | 효율적 소비, 즉각적 만족 | 구매 동선 단축, 경험 설계 필요 |
놀이와 일상의 재정의: 애착 AI와 랜덤이 공존하는 이유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6』의 Part 1 ‘놀이’는 오늘날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다. AI에게 정서적 의지를 보내는 ‘My AI Soulmate’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랜덤 팬덤’은 표면적으로는 상반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욕구에서 출발한다. 통제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감정적으로는 안전하고, 경험적으로는 새로운 자극을 원한다는 욕구다.
애착 AI는 판단이나 평가 없이 24시간 사용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감정적 소모 없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존재로 기능한다. 이는 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외로움과 불안을 관리하려는 심리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반면 랜덤 트렌드는 계획된 완벽함 대신 우연에서 비롯된 긴장감과 해방감을 제공한다.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한 AI 기반 술게임처럼, AI는 오히려 랜덤성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되며 새로운 놀이 방식을 만들어낸다.
일상 영역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중고 거래와 리커머스 시장의 확장, 듀프 소비, 소분 문화는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취향 중심 소비의 결과다.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신상품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가다. 때로는 중고 제품이라도 원하는 아이템이라면 정가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소비의 기준이 ‘새로움’에서 ‘적합성’으로 이동한 것이다.
콘텐츠와 관계의 변화: 숏폼 이후, 다시 ‘깊이’로
또 하나의 변화는 콘텐츠 소비 방식이다. 숏폼은 여전히 강력한 주목도 확보 수단이지만, 과도한 자극과 단편성은 피로를 낳았다. 그 결과 소비자는 다시 롱폼, 나아가 딥폼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영상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의 역할이 ‘보여주기’에서 ‘관계 맺기’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내수공 유튜버나 마이크로 크리에이터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청자는 더 이상 완성도 높은 콘텐츠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연결된 콘텐츠,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를 찾는다. 브랜드 역시 자극적인 메시지보다 히스토리, 철학, 세계관을 설명할 수 있는 서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롱폼이라고 해서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드라마 형식, 전문가 스토리텔링 등 소비자가 몰입할 수 있는 구조적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 전략을 다음과 같이 재정의하게 만든다.
| 콘텐츠 | 포맷역할 | 전략적 활용 |
| 숏폼 | 주목도 확보 | 브랜드 인지도·유입 |
| 롱폼 | 이해도 증진 | 스토리·철학 전달 |
| 딥폼 | 관계 형성 | 신뢰와 팬덤 구축 |